내년 1월 적용 예정인 노조전임자 임금지급 금지 규정의 시행이 또 미뤄질 전망이라고 한다. 정부는 이르면 내달 중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을 확정하고 국회 개정절차를 거쳐 내년엔 반드시 시행한다는 방침이지만 노동계가 강력히 반발하고 있는데다 칼자루를 쥔 국회도 뒷짐을 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정말 한심하기 짝이 없는 일이다. 노조전임자 임금지급 금지규정은 이미 지난 1997년 법제화하고도 노동계에 적응할 시간을 준다는 명분으로 노 · 사 · 정 합의로 세 차례에 걸쳐 12년간이나 시행을 유예해 온 사안이다. 그런데도 또다시 시행이 유예(猶豫)된다면 과연 노동계는 그동안 무엇을 했는지, 이 법을 만든 국회는 입법 취지조차 잊어버린 것은 아닌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노조 전임자에 대한 임금 지급은 애초부터 말이 안되는 것이다. 회사 일을 하지 않는 것은 물론 경영진과 임단협 협상을 벌이는 당사자인 노조 전임자가 회사로부터 임금을 받는다면 무슨 명분과 설득력이 있겠는가. 노사문화 선진화를 위해선 무노동 무임금 원칙을 정착시키는 것만큼 시급한 일이 없다는 차원에서도 이 규정의 시행은 지극히 당연하다.

게다가 폐해(弊害)도 대단히 크다. 일을 하지 않고도 월급을 챙기다 보니 우선 그 숫자부터 지나치게 많다. 우리나라 노조의 평균 전임자 수(한국노동연구원 조사)는 조합원 149.2명당 1명에 달하지만 일본의 경우는 조합원 500~600명당 1명, 미국은 800~1000명당 1명에 불과하다. 노동운동이 강경투쟁 일변도로 치닫는 것도 과도하게 많은 전임자들이 무언가 일하는 모습을 보이려다 보니 무리를 일삼게 되는 탓이 크다고 봐야 한다.

따라서 노조 전임자 무임금 제도의 시행은 더는 미뤄선 안될 과제다. 포퓰리즘에 휘둘려 이를 외면하고 있는 국회는 비난받아 마땅하다. 회사측에서 임금을 지급하겠다고 해도 거부해야 할 노동계가 제도 도입에 극구 반대하고 있는 것 또한 부끄러운 일이다. 전면 도입이 어렵다면 차선책을 찾는 노력이라도 해야 한다. 기업과 노조 사정을 감안해 일정 수준 이상 기업에 우선 도입하거나 임금지급 비율을 단계적으로 낮춰가는 등의 절충안이라도 모색해 시행에 들어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