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1월 시행 예정인 단위사업장 내 △복수노조 허용과 △노조전임자 임금 지급 금지 제도가 또다시 유예될 조짐이다.

노동계의 반발이 거센 데다 칼자루를 쥐고 있는 정치권도 굳이 '뜨거운 감자'에 손을 대지 않겠다며 시행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어서다.

정부는 그러나 이르면 6월 중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 조정법' 개정안을 확정,국회 개정 절차를 거쳐 내년에는 복수노조 허용,노조전임자 임금 지급 금지를 반드시 시행한다는 방침이어서 노 · 사 · 정 갈등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1997년 노동법 개정 때 노동계와 재계의 요구로 법제화된 두 제도는 노동현장에 미칠 파장을 우려해 그동안 세 차례에 걸친 노 · 사 · 정 합의로 13년간 시행이 미뤄져 왔다.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등 노동계는 최근 정부의 법안 개정 작업이 마무리 단계에 이르자 노동운동을 고사시키려는 의도라며 총력투쟁을 통해 정부의 계획을 저지하겠다는 뜻을 거듭 밝히고 있다. 장석춘 한국노총 위원장은 "전임자 임금 지급 금지를 법문화한다는 것은 노동운동을 하지 말라는 얘기"라며 "조직의 명운을 걸고 저지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복수노조 허용에 대해서도 노동계는 겉으론 찬성하면서도 실제로는 조직 내 분열을 우려해 원치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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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는 전임자 임금 지급이 금지된다면 복수노조 시행을 굳이 반대할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두 제도가 패키지로 처리될 수밖에 없는 데다 일부 기업을 제외하면 복수노조 시행에 부정적 의견이 지배적이다. 대부분의 기업들은 복수노조 허용으로 '득(得)보다 실(失)'이 많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노사관계가 안정된 기업일수록 이런 경향이 강한 편이다.

한국경총 관계자는 "복수노조의 경우 일부 기업에선 찬성하지만 많은 기업들이 노노 및 노사 갈등을 우려해 반대하고 있다"며 "경제 여건이나 국내 노사문화 수준 등을 감안해 시행 시기를 결정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입법을 추진해야 할 여야 정치권도 당장 시행에는 유보적이다. 임태희 한나라당 정책위 의장은 "법이 지금으로도 맞으면 그냥 가면 된다. 다시 유예하면 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김재윤 민주당 의원도 "노사가 반대하는 제도를 시행하는 데 대해선 부정적"이라고 밝혔다.

윤기설 노동전문기자 upyk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