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부의 붐 조성으로 '자전거'가 녹색 성장의 상징으로 떠올랐지만,정작 국내 자전거 산업은 생산 기반이 무너져 '유명무실'한 실정이다. 2000년대 들어 국내 업체들이 생산 시설을 중국으로 이전했고 자전거와 부품을 전량 중국 · 대만 · 일본 등으로부터 들여오면서 환율 변수에 업계 전체가 휘청거리는 구조다. 정부가 5년 내 세계 3대 자전거 생산국 진입을 천명했지만 파격적인 지원이 없는 한 '자전거 생산대국'은 요원한 실정이다.

◆국산 브랜드이면서 국산 부품은 '전무'

1990년대 초만 해도 국내 업체들은 연간 200만대의 자전거를 만들어 수출까지 했다. 그러나 외환위기 이후 부품업체들이 잇따라 도산한 데다 저가 중국산이 밀려들면서 삼천리자전거 등 주요 메이커들은 국내 공장을 접고 생산 기지를 중국 등지로 옮겼다.

이에 따라 현재 시중에 판매되는 자전거 중 '메이드 인 코리아'는 연간 2만대 미만으로 전체 수요의 1%에도 못 미친다. 또 10개 안팎의 영세 업체들이 부품을 만들지만 대부분 동호회의 조립 자전거용으로 납품하는 수준이다. '코렉스' 자전거를 생산하는 인피자의 강승림 마케팅팀장은 "국내 브랜드 자전거는 고가의 경우 일본산,저가는 중국 · 대만산 부품을 쓴다"며 "자전거 1대에 300여 가지 부품이 들어가는데 국산은 하나도 없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판매 감소 · 수입원가 상승 '이중고'

지난해 국내 자전거 수입 대수는 193만대로 2007년 238만대에 비해 18.9% 감소했다. 올 1~3월엔 감소폭이 23.8%로 더 커졌다. 국내 시장의 70%를 점유하는 삼천리자전거(브랜드명 레스포),참좋은레져(첼로),인피자(코렉스),알톤스포츠(알톤),디엠(디엠) 등 5개 국산 브랜드가 판매 부진과 수입원가 상승으로 주문량을 줄였기 때문이다.

지난해 일부 업체들은 적자로 돌아섰다. 원화 약세로 환차손을 입은 데다 중국 현지 공장의 인건비 인상,철 · 구리 등 원자재 가격 상승 등으로 수입 원가가 크게 오른 것이 가장 큰 이유다. 이때문에 올초 업체들이 자전거 가격을 올린 것도 판매 부진을 부채질했다. 10만~20만원대 생활형 자전거의 경우 가격이 1년 전보다 15~20% 올랐고 40만원 이상 고가는 평균 30% 이상 상승했다. 이마트에서도 올 1~4월 자전거 판매량은 4만5700여대로 전년 동기에 비해 3.5% 줄었다. 김병학 알톤스포츠 영업본부장은 "국내 유통시장의 80~90%를 차지하는 대리점들은 타격이 더 크다"며 "올 들어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의 70%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자전거 생산대국,'머나먼 길'

자전거 메이커들은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등이 자전거 도로를 만들고 공공 자전거 구매량을 늘리는 등 수요 기반을 확충하겠다는 방침에 대해선 환영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가 목표로 하는 '세계 3대 자전거 생산국'에 대해선 생산기반 미비,경제성 부족 탓에 회의적인 시각이 우세하다. A사 관계자는 "지금도 디자인,설계,부품사양 결정 등은 한국에서 담당하기 때문에 당장이라도 국내에서 만들 수는 있지만 해외에서 부품을 다 사와야 하고 인건비도 비싼데 국내에서 만들 이유가 없다"고 지적했다.

또 업계에선 고가 지능형 자전거 · 부품 개발 지원정책에 대해서도 의문을 품고 있다. B사 관계자는 "내비게이션 등 정보기술(IT) 부품이나 프레임,핸들그립 정도는 국산화가 가능할 수 있으나 크랭크,브레이크시스템 등 핵심 부품들은 개발한다고 해도 세계 시장을 독점하는 일본 업체들의 아성에 맞서기 어려운 실정"이라고 말했다.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