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류마티스 관절염의 치료 수준은 높지만 연구는 미흡합니다. 일본 미국 유럽 국가에 비해 면역학 등 기초분야 연구가 너무 빈약해 새로운 논문이나 신약후보 물질이 나와도 일과성에 그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인내력을 갖고 한 우물을 팔 수 있는 연구풍토 조성이 시급합니다. "

가톨릭대 류마티스연구센터장을 맡고 있는 김호연 서울성모병원 류마티스내과 교수는 "일본은 한 연구주제에 평생 한 우물을 파기 때문에 똑같은 논문처럼 보여도 10여년 이상의 기초데이터를 바탕으로 중량감 있는 연구 결과를 발표하는 반면 한국은 2~3년 연구한 뒤 논문을 내면 정부가 동일 주제에 대한 연구비를 주지 않아 연구의 연속성이 끊기는 문제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1984년 미국 테네시 의대에서 류마티스내과를 연수하고 돌아와 이 영역을 개척한 원년 멤버다. 1996년에 가톨릭의과학연구원 면역연구소장을 맡은 이래 류마티즘 연구와 치료법 개발에 주력해오고 있다. 그의 연구 테마는 류마티즘을 일으키는 면역세포 간 세포조절기능과 면역과잉반응을 누그러뜨리는 면역관용.류마티즘은 자기 몸의 일부를 항원으로 인식해 공격하는 대표적인 자가면역질환이기 때문에 궁극적으로 새로운 면역관용 유도법을 확립해야 완치할 수 있다는 게 그의 견해다.

이에 따라 김 교수는 류마티스 관절염의 유발물질이면서 치료제로도 쓰이는 '2형 콜라겐'을 신소재 화합물인 PGLA(폴리글리콜린산젖산)로 감싼 신약후보물질을 개발,2001년 쥐를 이용해 동물실험한 결과 한 번 먹으면 한 달 동안 면역관용이 유지되는 효과를 얻는 데 성공했다. 그는 연구 내용을 보완해 반드시 신약으로 빛을 보게 하겠다는 각오다.

류마티즘을 일으키는 사이토카인의 일종인 인터루킨12(IL-12)의 Fc 부위에 융합단백질을 붙여 관절염 치료제를 개발하는 연구도 동물실험에서 성공했다. 이 밖에 T세포(Th17)의 분화를 억제해 류마티스 관절염을 치료하는 방법,류마티즘을 유발하는 CCP항체나 류마티스 인자가 생성되는 기전을 연구 중이다. 이런 연구노력에 힘입어 이 센터는 2002년 이후 8년째 교육과학기술부의 우수연구센터로 지정돼 매년 10억원의 지원을 받고 있다. 2002년 이후 발표한 SCI(과학기술논문 인용색인)급 논문이 104편에 달하고 국제특허 7건과 국내특허 3건을 등록할 정도로 연구 성과를 올려왔다.

임상 현장에서는 지난달 새로 개원한 서울성모병원에서 류마티스내과와 정형외과,재활의학과 간의 유기적 협진 체계를 구축해 나가고 있다. 과거에는 각 진료과가 선을 그어 약물치료와 수술,재활 등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았지만 향후 정교한 치료 프로토콜을 만들어 이를 해결할 계획이다.

김 교수는 대외적인 활동도 활발해 지난해 9월 한국인으로는 처음으로 아시아태평양류마티스학회 회장에 올랐다. 이달 말 베이징에서 열리는 한 · 중 · 일 류마티스학회를 비롯 세계염증학회(7월 · 도쿄),아시아자가면역학회(9월 · 싱가포르) 등의 준비에 바쁘다. 매년 8명 정도의 젊은 류마티스내과 수련의를 해외로 연수보내는 기회도 만들었다.

류마티즘 질환에 대한 일반의 인식을 높이는 데도 애쓰고 있다. "류마티즘 환자의 50%가량이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겪고 40% 안팎이 치료비 등 경제적 부담으로 인해 가족들에게 죄책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류마티즘의 약물치료는 3단계로 나뉘는데 각 단계에서 치료 안 되는 비율은 30% 선이고 최종적으로 난치성인 비율은 10% 선에 불과합니다. 이마저도 환자에게 잘 듣는 감수성 약물로 맞춤치료하면 괜찮아요. 치료가 늦어져 환자의 와병기간과 거동장애가 늘어나면 사회경제적 비용이 엄청나기 때문에 조기발견과 약물에 대한 더 넓은 보험적용이 필요합니다. "그는 "한국 등 아 · 태지역은 서구와 류마티즘 발병률이 비슷하지만 무릎 어깨 관절의 문제로 움직임이 자유롭지 않은 환자가 훨씬 많고,젊은 여성 루프스 환자도 더 많다"며 "이에 대한 역학조사 및 기초과학 연구를 통해 서구와 다른 해법을 내놓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종호 기자 rumb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