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국대 류영수 교수 "돼지→인간 감염 예견하고 백신 개발"

미국과 일본 등을 중심으로 신종 인플루엔자 A(H1N1) 예방백신 개발이 한창인 가운데 국내 연구팀이 이미 지난 2004년 돼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의 감염을 막기 위한 백신을 개발, 마우스 실험까지 마쳐 놓고도 연구비 지원을 받지 못해 추가 연구를 하지 못했다는 주장을 내놨다.

더욱이 이 연구팀은 지난 2002년 국내 돼지의 혈청에서 추출한 HA유전자 타입 바이러스의 염기서열 분석을 통해 돼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와 사람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의 유전적 동일성을 확인하고, 이미 종간 교차 감염 가능성을 경고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건국대 수의대 류영수 교수는 4일 "돼지 혈청에서 분리한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H1N1 타입이 사람한테 옮겨갈 수 있다는 판단 아래 곤충세포를 이용한 유전자 재조합백신을 만들어 마우스 실험을 마쳤지만 추가 연구비 지원을 받지 못해 지금은 연구가 중단된 상태"라고 밝혔다.

류 교수팀의 연구결과는 한국실험동물학회지 2004년 6월호에 정식으로 게재됐었다.

당시 논문을 보면 연구팀은 돼지 인플루엔자 H1 타입 바이러스에 단백질을 발현시킨 유전자 재조합 백신을 만들어 실험용 마우스에 주사한 결과, 백신 항원이 돼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H1N1)에 대해 상당한 방어력을 갖는 것으로 관찰됐다고 보고했다.

반면 이 유전자 재조합 백신을 투여하지 않은 쥐들은 심한 폐렴현상이 목격돼, 백신을 투여한 쥐들에서 폐렴이 관찰되지 않은 것과 대조를 이뤘다고 연구팀은 덧붙였다.

류 교수는 "당시 이 같은 연구결과를 제시하면서 `지금 돼지 인플루엔자는 조류 인플루엔자와 다르기 때문에 백신을 개발하면 보험을 드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주장을 펴며 연구비를 타내기 위해 노력했지만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면서 "특히 이 백신은 마우스 실험에서 효과가 좋았기 때문에 연구를 계속했다면 사람에게도 적용 가능한 백신 개발을 기대할 수도 있었다"고 주장했다.

연구팀이 이처럼 돼지 인플루엔자 감염 예방백신 개발에 나선 것은 90년대 후반 이후 줄곧 돼지 인플루엔자 연구를 해오면서, 돼지에서 분리된 H1 타입의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사람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와 높은 유전적 동일성이 확인됐기 때문이라고 류 교수는 설명했다.

류 교수는 이 같은 가설을 입증하는 논문을 2002년 당시 한국수의공중보건학회지에 발표했다.

류 교수는 "사람과 돼지 인플루엔자의 유전적 동일성이 확인됐다는 것은 동물과 사람간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의 교차 감염 가능성을 시사하는 것"이라며 "돼지와 같이 짧은 수명을 가진 동물들이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의 지속적인 숙주로 작용해 종간 감염의 기회를 제공할 가능성이 커 백신개발이 빨리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울연합뉴스) 김길원 기자 bi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