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마디 `대국민 사과'..버스로 봉하마을 사저 출발

노무현 전 대통령이 30일 오전 검찰 조사를 받기 위해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을 출발하기 앞서 "국민 여러분께 면목없다"고 사죄의 뜻을 밝혔다.

노 전 대통령은 이날 오전 8시께 봉하마을 사저 앞에 모인 취재진을 향해 "국민 여러분께 면목없다.

실망시켜 드려 죄송하다.

잘 다녀오겠다"고 세 마디를 말한 뒤 대기하고 있던 청와대 의전버스에 올랐다.

노 전 대통령이 탄 버스는 오전 8시2분께 봉화마을을 출발, 고속도로를 타기 위해 남해고속도로 동창원 나들목(IC)으로 향했다.

감색 양복에 연회색 넥타이를 맨 노 전 대통령은 앞서 7시57분께 사저 현관을 나섰다가 무언가를 잊고 나온 듯 사저 안으로 되돌아갔다.

곧바로 다시 사저 밖으로 나온 노 전 대통령은 현관부터 대문까지 계단을 걸어 내려간 뒤 승합차를 타고 50여m 떨어진 취재진의 포토라인 앞까지 이동했다.

노 전 대통령이 사저 현관을 나설 때 계단 양쪽에는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 이병완 전 청와대 비서실장, 이재정 전 통일부 장관, 정찬용 전 청와대 인사수석 등 참여정부 주요 인사 30여 명이 도열해 있었다.

굳은 표정으로 포토라인 앞에 선 노 전 대통령은 `대국민 사과'에 앞서 만감이 교차하는 듯 잠시 입을 꽉 다물고 호흡을 가다듬기도 했다.

또 염색을 하지 않은 듯 옆머리가 허옇게 보일 정도로 흰 머리카락이 많았고 얼굴에도 수심이 어려 다소 초췌해 보였다.

노사모(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회원과 주민 등 300여 명은 사저 앞과 마을을 빠져 나가는 길가에 늘어서 "노무현", "사랑합니다" 등을 연호하며 노 전 대통령을 배웅했다.

이들은 노란 풍선과 '우린 언제나 당신과 함께 합니다' 등이 씌인 플래카드, 피켓을 들고 나왔으며 일부 는 눈물을 흘리며 버스가 지나가는 길 위에 노란색 장미꽃을 뿌리기도 했다.

노 전 대통령이 탄 버스에는 문재인 전 청와대 비서실장, 전해철 전 민정수석, 김경수.문용욱 비서관 등 4~5명이 동승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 전 대통령은 오후 1시30분께 대검찰청에 도착, 검찰 조사를 받는다.

(김해연합뉴스) 황봉규 기자 bo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