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이 30일 피의자 신분으로 대검 중수부에 불려나오면서 검찰의 기소가 사실상 초읽기 수순에 들어갔다.

노 전 대통령은 600만 달러 뇌물수수 등 주요 혐의를 대부분 부인하는 터여서 그를 둘러싼 의혹의 진실은 치열한 법정공방을 거쳐야 비로소 밝혀질 수 있게 됐다.

구속영장 청구 여부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겠지만 검찰은 이르면 다음 주중 노 전 대통령을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및 국고손실 등 혐의로 기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1심 사건을 맡을 서울중앙지법은 노 전 대통령 사건이 접수되면 이를 부패사건 전담 재판부인 형사합의22부(이규진 부장판사) 또는 형사합의23부(홍승면 부장판사)에 배당할 것이 확실시된다.

1995년 수천억원대 비자금 조성 및 12ㆍ12, 5ㆍ18 사건으로 기소된 전두환ㆍ노태우 전 대통령 사건은 서울지법의 수석 재판부인 형사합의30부(김영일 당시 부장판사)에 배당됐었다.

하지만 현재 서울중앙지법 수석부는 본안 재판을 맡지 않고 있는데다 2003년부터 부패사건 전담 재판부가 따로 운영되고 있는 만큼 배당 예규와 수년간의 관례에 따라 이번 사건도 통상의 방식으로 맡기는 게 자연스럽다는 공감대가 법원 내부에 강하게 형성돼 있다.

재판이 시작되면 검찰과 노 전 대통령 측은 박연차 회장이 건넨 600만 달러의 주인이 누구인지와 정상문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이 대통령 특수활동비 12억5천만원을 빼돌려 형성한 비자금의 성격을 놓고 본격적인 다툼을 벌이게 된다.

노 전 대통령 측이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적으로 밝혔듯이 박 회장이 2007년 6월 청와대에서 정 전 비서관을 통해 건넨 100만 달러와 작년 2월 조카사위 연철호 씨에게 송금한 `호의적 투자금' 500만 달러의 존재를 모두 퇴임 후에 알게 됐다는 입장을 고수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정 전 비서관이 횡령한 12억5천원의 존재도 검찰 수사로 비로소 알게 됐다는 주장을 펼 것으로 보인다.

`포괄적 뇌물' 혐의도 돈이 오갈 당시 이를 알고 있어야 성립되기 때문에 객관적인 사실을 부인할 수 없는 현 상황에서 진실 여부를 떠나 무죄를 위해 노 전 대통령 측이 유일하게 취할 수 있는 `카드'라고 할 수 있다.

유죄를 입증해야 하는 검찰 입장에서는 이를 허물어뜨리기 위한 증거를 재판에서 내보여야 한다.

또한 노 전 대통령이 단순히 돈이 오간 사실을 알았다는 수준을 넘어 직ㆍ간접적으로 돈을 요구했다는 점을 밝혀야 한다는 점도 검찰의 몫이다.

검찰은 지금까지 수사에서 노 전 대통령으로부터 직접 부탁을 받고 100만 달러를 보냈다는 박 회장의 진술을 확보했고 연 씨에게 투자됐다던 500만 달러 중 상당액이 노 전 대통령의 아들 건호 씨가 지배하는 회사에 투자된 사실을 밝혀냈다.

하지만 노 전 대통령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박 회장의 진술이 법정에서 신빙성 있는 증거로 받아들여질지 예단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또한 `상식선에서 부인과 아들의 돈거래를 몰랐겠느냐'는 검찰의 논리 또한 엄격한 증거 재판주의라는 벽을 넘어서기에는 다소 힘이 부쳐 보이는 것도 사실.
아울러 정 전 비서관이 `대통령을 위해 조성한 비자금이지만 대통령은 몰랐다'면서 노 전 대통령의 관여를 적극 부인하는 현 상황에서 국고 횡령의 책임을 노 전 대통령에게 함께 지울 수 있을지 또한 미지수다.

따라서 검찰이 노 전 대통령 진술의 신빙성을 무너뜨리기 위한 숨겨진 `팩트(사실)'를 법정에서 얼마나 더 내놓을 수 있을지가 노 전 대통령의 유무죄를 가를 결정적 변수가 될 것이라는 것이 법조계의 전반적 관측이다.

(서울연합뉴스) 차대운 기자 setuzi@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