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료시기 놓치면 사망 위험..청결유지와 예방접종 최선

요즘 전국적으로 A형간염이 급증하고 있지만 감기와 비슷한 증상 때문에 치료시기를 놓쳐 병이 악화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치료시기를 놓칠 경우 사망할 위험까지 있어 각별한 주의가 요구되고 있다.

26일 의료계에 따르면 현재 급속도로 번지고 있는 A형간염 치료의 문제는 몸살감기와 유사한 증상 때문에 병원에 가더라도 초기 진단이 어렵고, A형간염 예방접종의 인지도가 떨어진다는 점이다.

특히 일부 지역에서는 A형간염인데도 감기로 오인한 나머지 감기치료만 하다 목숨을 잃는 사례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기도에서 내과의원을 운영 중인 이모 전문의는 "얼마 전에는 A형간염에 걸린 30대 젊은 여성이 동네병원에서 감기 치료만 받다 결국 사망했다"면서 "의사가 감기인 줄 알고 질환을 간과한 측면이 있긴 하지만 혈액검사를 권하지 않는 이상 초기에 A형간염을 잡아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감기 환자에게 혈액검사를 권해 A형간염 여부를 진단하는 게 개인의원 수준에서 쉬운 일은 아니라는 게 이 전문의의 설명이다.

실제로 대학병원에서는 개원가에서 감기몸살로 진단받고 약물치료를 하다 증상이 악화돼 뒤늦게 큰 병원으로 옮겨 입원 치료를 받는 A형간염 환자를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

한양대병원서 입원 치료 중인 직장인 황모(27) 씨도 이 같은 경우다.

황 씨는 10일 전부터 쉽게 피곤하고, 식욕부진과 미열, 상복부 불편감이 있어 동네 개인의원에 갔다.

병원에서 감기 몸살 진단을 받고 3일간 약물치료를 했지만 증상은 더 나빠졌다.

결국 그는 개인의원에서 혈액검사를 한 다음에야 간기능 수치가 정상의 10배 정도 올라간 '급성간염' 상태임을 알게 됐고, 대학병원을 찾게 됐다.

최종 진단은 역시나 '급성 A형간염'이었다.

황 씨는 "증상이 시작되기 전에 심한 음주나 다른 약물을 복용한 적은 없었고, 평소 건강하게 지냈다"고 말했다.

황 씨는 매일 1~2ℓ 정도의 포도당 수액 및 간기능 개선 약물로 치료를 시작하고 나서 입원 6일째부터 매일 오르던 황달 수치가 감소하기 시작했으며, 피곤함 및 식욕부진 증상이 좋아져 입원 10일째 퇴원했다.

퇴원 후 외래에서 혈액검사를 한 결과, 간 수치가 모두 정상으로 돌아왔고 A형 간염 항체도 생성된 것으로 확인됐다.

한 대학병원에서는 감기로 잘못 알고 해열제와 항생제 등만 먹다가 열과 두통이 너무 심해져 중환자실로 들어온 초등학생(11)도 만나볼 수 있었다.

이항락 한양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최근 20~30대에서 유행하는 A형간염은 초기 증상이 몸살감기와 비슷하기 때문에 진단이 어려운 측면이 있다"면서 "제때 치료를 받으면 대부분은 만성화되지 않고 예후가 좋지만, 간혹 간부전으로 악화돼 간이식을 받거나 심지어 사망하는 경우도 드물게 보고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A형간염이 느는 것은 어릴 적 어려운 생활환경 탓으로 90% 이상이 A형간염 바이러스에 노출돼 이미 항체를 가진 40~50대와 달리 10~30대는 선진화로 바이러스에 노출되는 경우가 적어지면서 A형간염 항체 보유율이 10% 이내로 낮아져 간염에 대한 면역력이 없기 때문인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고려대 안산병원 소화기내과 임형준 교수는 "A형간염 항체가 없는 성인이 감염됐을 때는 증상이 심하게 나타날 수 있으며 연령대가 올라갈수록 임상 양상은 더 심각해져 50대 이후 노년기에 감염되면 사망률이 1.8%로 급증한다"면서 "증상은 상당 부분이 감기몸살과 비슷하지만 콧물과 기침이 없고 아주 심하게 피로감을 느끼게 되며 더 지나면 소변색이 짙어지는 만큼 이런 증상이 나타나면 바로 병원을 찾아야 한다"고 권고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15~39세까지는 청결 유지로 예방에 한계에 있는 만큼 혈액 항체검사를 통해 A형간염 예방접종을 하는 게 경제적 편익이 크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A형간염 예방접종은 1회에 비용이 8~10만원으로 고가여서 서민들에게는 적잖은 부담이 된다.

이동훈 내과 전문의는 "15세 미만의 경우 항체 형성률이 거의 0%여서 검사를 시행하면 사회적 비용이 더 커지기 때문에 검사 없이 예방접종을 한다"면서 "지금 문제가 되는 연령층은 20~30대 성인인 만큼 항체 검사를 반드시 하고 항체가 없으면 예방접종을 통해 100% 예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임형준 교수는 "특히 A형간염 항체가 없는 환자의 가족 구성원은 미리 A형간염 백신을 예방접종하는 게 좋다"면서 "그 외에도 집단생활을 하는 사람, 혈우병 환자, 의료업 종사자, 만성 간질환 환자 등은 반드시 예방 접종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서울연합뉴스) 김길원 기자 bi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