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가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해 의욕적으로 추진하는 대형 역점사업들이 잇따라 제동이 걸리고 있다.

동부산관광단지사업 외자유치실패에 이어 부산 올림픽 무산위기,동남권 신공항의 부산유치 갈등 등 제대로 되는 부산지역 대형사업들이 없어 비상이 걸렸다.부산 시민단체와 시민들은 “최근들어 부산시가 과학적이고도 치밀한 사업 구상없이 밀어붙이기식으로 일을 진행하고 있는 결과”라며 “총체적인 무능력 상태나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부산시가 제동이 걸린 사업은 2020 하계올림픽 부산유치.허남식 부산시장은 “남부권 7개 시도 1600만명이 2020년 계올림픽 부산유치를 지지하고 있으며 대륙별 순환 개최원칙에 따라 부산의 유치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며 반드시 대회를 치루도록 하겠다고 의욕을 보였다.

하지만 강원도 평창이 동계올림픽 유치를 위해 세번째 도전권을 획득하면서 부산올림픽은 사실상 무산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대한올림픽위원회(KOC)는 23일 노원구 공릉동 태릉국제빙상장에서 임시 위원총회를 열고 2018년 동계올림픽 유치를 신청한 평창에 대해 무기명 비밀투표를 실시한결과 총 43표 중 찬성 30표,반대 13표로 안건을 통과시켰다.결국 평창의 동계올림픽 ‘3수 도전’이냐 부산이 2020년 하계올림픽 유치의 디딤돌을 놓느냐는 결정하는 자리였으나 평창쪽 손을 들어준 것이다.

평창의 세번째 도전을 저지하는데 실패한 허남식 부산시장은 “절차상의 문제로 인해 동계올림픽보다 하계올림픽의 파급 효과가 크다는 점을 제대로 납득시키지 못했다”고 패인을 분석했다.허시장은 또 “그렇다고 하계올림픽을 포기하는 것은 아니다. 부산 시민들의 열망인 하계올림픽 유치를 위해 계속 뛰겠다”고 말했다.

체육계 한 관계자는 “그동안 정부의 방침이 평창쪽으로 기울여진 상태인데도 부산시가 2020 올림픽을 추진해 지역 역량만 낭비한 꼴이 됐다”며 “국가적 대형 체육행사를 열려면 충분히 정부와의 상의를 한 뒤 지원약속을 받아야하는데 이번에는 그렇지 못한 채 행사유치를 추진해 실패한 것 같다”고 아쉬워했다.

부산시의 사업실패는 이것만 아니다.부산시가 부산의 국제관광도시 육성을 위해 역점적으로 추진한 동부산관광단지 개발사업도 외자유치 실패 등으로 무산되면서 최근 계획을 완전 새로 짜로 있다.부산시와 동부산관광단지 조성 사업의 세번째 사업시행자인 두바이 알알리그룹(AAG) 간의 실시협약이 결국 해제된데 따른 것이다.

투자환경을 고려하지 않은 채 사업을 진행했기 때문이다.부산시의회는 협상능력 부재와 중복개발에 대한 점검 미비,엉터리 수요예측과 개발방향 설정,관계자들의 업무능력 미비와 무책임 등이 사업을 난관에 빠뜨린 원인이라고 지적됐다.특히 부산시는 가덕도·진해 웅동, 태종대 등 해양형 관광단지나 수도권의 개발사업,해운대 온천센터 조성사업 등 유사한 프로젝트가 진행중임에도 동부산관광단지사업을 중복개발해 실패를 낳았다고 밝혔다.

물류도시 동남권을 만들기 위해 영남권 5개 시도가 공동추진하는 동남권 신공항(동북아 제2허브공항) 사업의 가덕도 유치도 다른 지자체들을 설득시키지 못해 난관에 빠졌다.신공항의 입지 선정은 물론,평가 기준조차 정하지 못한 채 험난한 고비를 맞고 있는 상황이다.

일차적으로 입지선정을 위한 용역기관인 국토연구원과 국토해양부가 추진위와 평가단,기준선정위원회 구성에서 밀양을 지지하는 타 지자체의 비중을 높였기 때문이다.신공항의 입지를 부산은 가덕도로 주장하고 있는 반면 경남과 경북 등 다른 지자체는 밀양쪽을 선호해 사실상 지자체가 모두 참가해 투표로 결정하는 경우 위치의 적정성을 떠나 밀양으로 확정될 가능성이 높다.

부산시 관계자는 “평가단과 기준선정위원회에는 지자체 추천전문가를 원천배제해야 한다”며 “그렇지 않다면 부산은 신공항을 민자로 추진하거나 신공항을 포기하고 김해공항을 확장하는 방법 등을 검토해야 할 상황”이라고 말했다.

시민단체 관계자는 “부산시가 의욕적으로 대형사업을 추진하는 것은 좋지만 철저한 사전준비와 현황분석이 뒤떨어지고 있다”며 “특히 최근 정부와 중앙 정치권과의 교류와 정보수집 능력 등도 부족해 사업마다 실패를 보고 있는 것 같다”며 “지역 총체적인 역량을 점검하고 강화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부산=김태현 기자 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