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후반의 직장인 김모씨는 아침에 눈만 뜨면 곧장 컴퓨터로 달려간다. 중요한 메일이나 뉴스 등을 검색하기 위해서다. 컴퓨터로 시작해서 컴퓨터로 하루 일을 끝내는 요즘 직장인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컴퓨터는 업무상의 편리함과 함께 과거에는 드물었던 오십견과 같은 질환을 불러왔다. 오십견(유착성 관절막염 또는 동결견)은 특정 병명이라기보다는 어깨가 아프고 굳어있는 상태 자체를 지칭한다고 보는게 맞다. 오십견을 방치하면 어깨관절의 염증과 통증이 심해진다. 운동 · 물리 · 재활치료를 하지 않고 방치하면 어떤 방향으로도 팔을 올릴 수 없고,팔을 돌릴 때 어깨 전체가 아프다.

따라서 적당한 약물치료와 운동치료가 필요하고 오십견이 심하거나 오래된 경우엔 관절내시경을 이용한 간단한 수술로 통증과 염증을 해소해야 한다. 과거에는 50대에 주로 발생해 오십견이라고 했지만 최근에는 컴퓨터에 의한 '테크노 스트레스'로 더 이른 나이에 오십견이 나타나 '사십견'이라고 이름 붙여야 한다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흔히 심한 어깨통증을 오십견이라고 단정하지만 실제 어깨통증의 50~70%는 회전근개의 손상에 의한 것이다. 회전근개는 어깨관절을 움직이는 4개의 힘줄이다. 어깨를 돌리다가 어느 날 갑자기 '뚝' 소리와 함께 심한 통증을 느낀다면 회전근개의 파열을 의심해야 한다. 이는 회전근개가 반복적인 충격을 받거나 닳아서 찢어지는 것이다. 대부분은 힘줄의 노화에 따른 퇴행적 변화로 인해 정상적인 힘줄이 지방으로 변성되거나 취약한 구조로 변해 파열된다. 주로 중장년층에서 발생하는데 최근에는 웨이트트레이닝 골프 암벽등반 수상스키 탁구 테니스 배드민턴 등 나이에 맞는 운동 능력을 초과한 무리한 운동을 하다가 회전근개를 다치는 사람이 많다.

극심한 어깨 통증을 느끼는 회전근개 파열은 최근 관절내시경과 부위 마취 수술로 효과적인 치료가 가능해졌다. 더조은병원(www.joeun4u.com) 정형외과 박준식 · 안형권 과장팀은 2004년부터 4년간 회전근개파열(92명) · 동결견(46명) · 석회성건염(37명) · 관절탈구(25명)등 200명의 어깨질환 환자를 이 방법으로 치료한 결과 95%의 환자가 만족하는 성적을 올렸다고 밝혔다. 특히 수술환자 중 60대 이상이 53%(106명)에 달했으며 당뇨병이나 고혈압 등 만성질환을 앓고 있어 수술이 힘든 환자도 이렇다할 어려움 없이 치료됐다.

박준식 과장은 "중년 이후 어깨가 아프면 흔히 오십견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로 환자의 절반 이상은 회전근개 파열로 인한 질환"이라며 "오십견은 어깨의 관절낭의 부피가 감소해 아무리 팔을 올리려고 해도 올라가지 않는 반면 회전근개 파열은 아프더라도 억지로 팔을 올리면 올라가지만 심한 통증을 호소하는 것이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회전근개 파열을 초기에 봉합하지 않고 장기간 방치하면 파열된 힘줄이 안쪽으로 말려 들어가 지방으로 변성돼 통증을 유발하고 어깨관절을 쓸 수 없게 될 수 있기 때문에 조기에 치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치료는 팔로 가는 신경다발에 마취제를 투여해 부위 마취한 후 관절내시경으로 지름 5~7㎜의 구멍만 뚫고 어깨관절 속을 직접 눈으로 보면서 실밥이 터진 것처럼 보이는 회전근개를 꿰매는 수술이다. 내시경의 해상도가 자기공명영상촬영(MRI)보다 높아 정확한 수술이 가능하고 수술 후 흉터가 적으며 회복이 빨라 다음날 퇴원할 수 있다. 기존 전신마취로 수술할 경우에는 수술 후 2~3시간 심한 통증으로 환자들이 고생했지만 새로운 부위 마취로는 통증의 거의 없는 게 장점이다.

회전근개파열과 유사한 게 어깨충돌증후군이다. 어깨를 처마처럼 덮고 있는 견봉과 팔뼈(상완골) 사이가 외상,반복적인 어깨 사용,어깨 근력 약화 등에 의해 좁아져 견봉과 회전근개가 마찰해 통증을 일으키는 병이다. 30대와 40대 등 상대적으로 젊은 층에 많이 생기고 운동 후 한참 지난 후에 통증이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

어깨충돌증후군은 통증이 심하고 근력이 떨어지는 것이 드문 반면 회전근개파열은 통증은 상대적으로 약하나 힘이 빠지는 것으로 대별할 수 있으나 획일적으로 말하긴 어렵다. 어깨충돌증후군을 회전근개파열의 원인이자 전조 증상으로 보기도 한다. 어깨충돌증후군은 일반적으로 약물이나 물리치료로 접근하고 불가피할 경우 수술을 하나 회전근개파열은 대부분 수술이 필수적이다.

정종호 기자 rumb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