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야구시즌이다. 고교야구는 이미 황금사자기대회를 마쳤지만 아무래도 야구시즌은 프로야구 개막과 함께 시작되는 것 같다. 지난 4월 초 열린 프로야구 개막전은 전 구장이 매진되는 열기 속에서 성대한 서막을 열었다. 3월에 있었던 WBC대회에서 우리 대표팀이 준우승이란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뒀을 때의 국민적인 관심이 이어진 결과가 아닐까 생각된다.

야구는 야간경기가 더 재미있다. 밤하늘을 날아가는 하얀 야구공과 수많은 관중의 함성,베이스를 향해 몸을 날리는 선수들,심판들의 액션과 또다시 이어지는 관중의 환호와 탄성.어두운 밤,조명탑 불빛 아래서 펼치는 백구의 향연에 팬들은 야구의 묘미를 만끽한다. 당장 야구장으로 달려가 그 열기를 온 몸으로 느끼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프로야구가 생기기 전에는 고교야구가 전 국민을 열광시켰다. 지금은 철거됐지만 동대문야구장이 고교야구의 메카였다. 예전에 서울운동장으로 불렸던 동대문야구장에서 전통의 야구 명문고끼리 격돌할 때는 재학생은 물론 사회에 진출한 졸업생들까지 모여 응원의 목청을 돋우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자기가 졸업한 학교가 아니더라도 고향의 고교야구팀 성적에 온 국민의 관심이 집중되기도 했다.

고교야구의 인기를 등에 업고 1982년 프로야구가 태동했다. 지역연고제를 도입한 프로야구의 성장에는 우리 국민들의 다소 유별난 애향심도 큰 역할을 했다. 프로야구는 현재 국내 프로스포츠의 대명사로 자리매김할 정도로 성공적으로 정착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프로야구가 출범한 후 고교야구는 국민적인 관심을 프로야구에 내준 채 인기도 예전 같지 않다. 고교야구팀도 50개를 약간 넘는 수준이다. 이런 열악한 저변을 가진 우리가 4000개가 넘는 고교야구팀을 보유한 일본과 국제대회에서 대등한 경기를 하는 것을 보면 놀라울 뿐이다.

그러나 야구를 무척이나 좋아하는 필자 입장에서 올림픽 금메달이나 WBC 준우승과 같은 대표팀의 성적이 마냥 기뻐할 일만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오히려 이런 성과로 인해 자칫 저변이 취약한 우리 야구계의 고민마저 희석되지나 않을까 걱정된다. 더 많은 야구팀이 생겨나 고교야구가 지금보다 더 활성화되기를 바란다. 지금까지의 성과에만 안주한다면 한국야구의 미래를 낙관할 수 없기 때문이다.

세계적인 경기침체로 우리 경제도 어두운 터널 속을 지나고 있다. 스포츠는 경제가 어려울 때마다 국민들에게 힘을 주는 활력소 역할을 해왔다. 야구대표팀이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우수한 성적을 거두었듯이 우리 국민들은 경제위기를 조기에 극복할 저력을 가지고 있다. 차제에 우리 경제의 기초를 돌아보고 튼튼히 다지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중소기업 지원 현장 방문에 지친 몸으로 늦은 시간에 귀가해 보는 한밤의 야구중계는 나에게 늘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