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포자기 상태로 평생 범죄를 저지르면서 죄의식 없이 살아왔습니다.

판사들이 다독거려줬더라면..."
민일영 법원장 등 청주지법 판사들이 지난 16일 청주교도소를 방문해 수형자들로부터 쓴소리를 들었다.

17일 법원에 따르면 수형자 A(39)씨는 민 법원장을 만난 자리에서 "12살 때 처음 죄를 짓고 구속됐는데 처음 재판을 받을 때 판사가 따뜻하게 대해줬거나 수형생활에 관심을 보여줬더라면 지금과 같은 처지가 되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회한의 눈물을 흘렸다.

그는 상습적으로 강도짓을 일삼다 징역 10년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다.

청주지법의 민 법원장과 석동규 부장판사는 6명의 판사와 함께 2개조로 나눠 수형자 2명씩을 50분간 면담하며 재판을 받는 과정에서 아쉬웠던 점, 판사들이 꼭 알아줬으면 하는 사항 등을 들었다.

살인죄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복역중인 B(39)씨도 "판사들이 피고인에게 하고 싶은 말을 하라고 하지만 경찰ㆍ검찰 조사를 받은 뒤 구치소에 있다가 재판을 받으러 가면 아무 생각도 안 난다"면서 "마음 속 얘기를 자유롭게 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강도살인죄로 징역 20년을 선고받은 C(41)씨는 "검찰이 구형할 때나 판사가 선고할 때 법정에 있는 가족들에게 밖으로 나가 있으라고 한 뒤 구형이나 선고를 했으면 좋겠다"는 제안했다.

같은 죄로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조직폭력배 D(33)씨는 "형량이 예상대로 나왔다"면서 "다만 피고인이 자신의 사정을 법원에서 증언해 줄 수 있는 양형증인을 신청하면 잘 받아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들은 또 "내가 형을 마치고 나가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하는 미래에 대한 부담감이 크고, 가족들이 몸이 아파 면회를 오지 못할 때 전화통화라도 할 수 있었으면 좋은데 수감생활 중에는 전화가 어렵다"는 어려움도 토로했다.

손천우 공보판사는 "수형자들이 잘 지내고는 있지만 이들의 생활과 생각을 교도소 내에서 생생하게 듣고 보니 형을 선고한 때 한번 더 신중하게 검토하는 자세가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청주연합뉴스) 심규석 기자 k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