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호씨 투자한 국내회사 대표는 외삼촌"
박연차 게이트를 수사 중인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는 16일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조카사위 연철호씨에게 건넨 500만달러 전체를 사실상 노건호씨가 운용했다고 보고 이를 입증하는 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홍만표 대검 수사기획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전체적으로 500만달러에 대해 건호씨가 어느 정도 지배력이 있었는지 계속 확인 중이며 조만간 나름대로 결론을 내릴 것"이라고 밝혔다.

검찰은 또 건호씨가 운영한 엘리쉬&파트너스와 함께 A사에 투자한 것으로 알려진 그의 외삼촌 권기문씨가 A사 대표로 등재돼 있다는 사실을 밝혀내고 조만간 권씨를 다시 소환 조사할 방침이다.

검찰은 이날 건호씨를 다시 불러 500만달러 중 절반가량이 투자된 '엘리쉬&파트너스'의 대주주인 건호씨가 사촌매제 연씨와 공동으로 500만달러를 운영한 경위를 캐물었다. 검찰은 건호씨를 상대로 권씨가 A사의 대표로 등재된 경위와 실제 투자액 및 관여 정도 등도 조사했다.

이에 따라 검찰은 권양숙 여사나 노 전 대통령이 500만달러에 대해 몰랐을 가능성은 적다고 보고 이를 입증할 증거를 찾는 데 주력하고 있다.

홍 기획관은 "건호씨가 조사 과정에서 답변이 늦고 태도도 조심스러우며 생각을 많이 해 수사가 아주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면서도 "우리가 확보한 객관적 자료와 그쪽(건호씨 및 변호인)이 제출한 자료를 비교하면서 나름대로 심도있는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며 혐의 입증에 자신감을 보였다.

이 밖에 박 회장이 500만달러의 투자내역을 전혀 모르는 데다 "노 전 대통령의 부탁에 따라 보낸 돈"이라고 진술한 점도 검찰이 500만달러를 노 전 대통령에 대한 '포괄적 뇌물'이라고 자신하는 근거 중 하나다.

한편 검찰은 이날 대전지검에서 대검찰청으로 이감된 강금원 창신섬유 회장과 함께 정상문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박 회장 등을 불러 조사했다. 검찰은 강 회장을 상대로 2007년 8월 그가 박 회장,정 전 비서관과 함께 노 전 대통령의 퇴임 이후 대책을 논의했다는 '3자 회동'의 성격과 ㈜봉화에 투자한 70억원의 출처와 사용처를 집중적으로 캐물었다.

검찰은 특히 강 회장이 앞서 "3자 회동 당시 박 회장이 '홍콩 비자금 500만달러를 내놓겠다'고 말했다"고 밝힌 만큼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지원방안과 금액에 대해 사실상 3자 간 광범위한 교감이 이뤄졌다고 보고 어떤 내용의 대화가 오갔는지 조사 중이다.

검찰은 정상문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이 청와대 재직시절 노 전 대통령을 대리해 태광실업 측에 각종 특혜를 준 정황도 포착했다. 노 전 대통령이 재임 중 사적인 행동이 제약된 상태에서 오랜 친구 사이인 정 전 비서관을 통해 박 회장의 사업 전반에 도움을 줬다는 것이다.

검찰은 태광실업이 2006년 농협 자회사인 휴켐스를 인수하고 30억달러 규모의 베트남 화력발전소 건설사업을 따낸 데 이어 경남은행 인수를 시도하는 과정 등에 정 전 비서관이 광범위하게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여러 진술을 확보했다.

홍 기획관은 "경남은행 인수가 성공했느냐 실패했느냐는 별개로 중간에서(정 전 비서관이) 얼마나 영향력을 행사했느냐가 수사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또 이날 재차 소환한 정대근 전 농협 회장의 조사과정에서 정 전 비서관이 정 전 회장으로부터 수만달러를 추가로 건네받은 사실을 확인했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