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 때문에 문닫는 게 아니라 일할 사람이 없어 폐업할 판입니다. "

경기도 파주에서 제육 가공을 하는 K식품.이 회사는 외국인 근로자 쿼터가 올해부터 기존 12명에서 10명으로 줄면서 비상이 걸렸다. 당장 생산목표 물량을 채우기 힘들어서다. 이 회사 최모 사장은 "하루 15t의 가공식품을 생산해야 하는데 인력 부족으로 매일 야근을 하지만 10t 정도밖에 생산하지 못하고 있다"며 "거래업체에 100% 납품하지 못한 징벌적 성격으로 납품가격을 깎이는 불이익을 당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중소 제조업체들이 불황과 인력난이라는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내국인은 실업 상태에서도 중소 제조업을 3D 업종으로 인식,취업 자체를 꺼리는 데다 정부도 졸속으로 외국인 쿼터를 줄였기 때문이다.

◆콧대 높은 내국인 실업자

100만명 실업시대를 맞아서도 중소기업들의 인력난이 해소되지 않고 있는 것은 갈수록 고착화하는 인력 수요-공급의 '미스 매치(miss match)' 현상이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노동부 관계자는 "취업 경쟁 관계인 외국인 근로자 수를 줄이더라도 구직 중인 청년층의 눈높이가 높아져 자발적으로 중소기업에 취업을 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최근 4년간 2만5000~3만5000여명씩 신규 채용을 허용했던 외국인 쿼터가 올 들어 갑자기 절반 수준으로 줄어든 탓에 현장 근로자 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해졌다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3D 일하느니 실업수당 받겠다" 취업 거부해도 큰 불이익 없어
◆실업자 관리 구멍도 인력난 가중 한몫

내국인 실업자들이 취업알선센터에서 연결해준 중소기업에 취업하는 것을 거부해도 큰 불이익을 받지 않는 점도 중소기업의 인력난을 가중시키는 한 요인이다. 이 경우 취업 의지가 없는 것으로 간주하고 상담을 통해 실업 급여 지급을 중단해야 하는 것이 원칙이다. 하지만 최근 실업자가 폭증하면서 구직 의지에 대한 확인 절차 없이 실업 수당을 지급하고 있는 실정이다.

강승범 노동부 고용서비스지원과 사무관은 "상담원 수는 2002년과 비슷한 350여명에 불과하나 실업 급여 수령자와 신규 신청자는 각각 4배씩 늘어나 15분가량 걸리는 상담을 1~2분 만에 끝낼 수밖에 없다"며 "매달 실업 급여 신청자가 폭증하고 있는 상황에서 구직 의지까지 확인하는 것은 현재로서는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메뚜기형' 얌체 위장 취업자도 극성

일부 실업자들이 실업 급여 자격을 유지하기 위한 구직활동 증거를 남기기 위해 며칠 중소기업에 취업했다가 그만두는 '메뚜기형 취업'도 적지 않아 인력 수급 불안을 한층 가중시킨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중소 제조업체들은 정부가 최근 대폭 축소한 외국인 쿼터를 완화하거나 이전 수준으로 되돌려줄 것을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 아울러 내국인들을 중소 제조업체에 취업시킬 수 있는 보다 강력한 유인책을 강구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경기도 화성의 동파이프 제조사 관계자는 "인력난으로 기초가공업이 차질을 빚을 경우 해당 업종은 물론 이들이 생산한 가공부품을 사용하는 자동차 조선 기계산업 등 주력 산업도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며 정부의 전향적인 대책을 요구했다.

김후진/이관우/황경남 기자 j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