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루룩. 쩝쩝. 맛좋다."

14일 경기도 수원시 평동의 한 중국집 안은 백발의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자장면을 먹으며 내는 '맛있는 소리'로 가득했다.

4월 14일은 우리나라에만 있는 기념일인 '블랙데이'.

언제.누가.어떻게 시작했는지 모르지만, 이날은 밸런타인 데이나 화이트 데 이 때 초콜릿이나 사탕을 주고받지 못한 싱글 남녀들이 검은 옷을 입고 자장면을 먹는 다는 이색 기념일로 알려져 있다.

'중국집상술' 쯤으로 치부할 수 있지만 수원시 평동에서 중국집을 운영하는 장동안(58)씨는 지난 2002년부터 8년째 매년 블랙데이에 노인 500여 명을 초청해 무료로 자장면을 나누고 있다.

"22년 전 이 자리에서 월세로 중국집을 시작해 내 집 마련은 물론 작은 건물도 하나 샀다"는 장씨는 "이게 다 동네 주민과 어르신들이 자장면 많이 팔아주신 덕분"이라며 감사한 마음으로 이 일을 시작했다.

장씨가 자장면 봉사에 나선 것은 지난 2002년. 그 전에도 명절이면 자장면을 끓여 동네 경로당을 찾아 어르신들께 소주 한 잔을 따라 드리곤 했다.

장 씨는 "블랙데이면 대목인데 '장사 안하고 봉사냐'라는 주위의 말에도 어르신 대접하는 걸 자랑스럽게 여기는 아내의 응원이 고맙다"고 말했다.

장씨는 수원중부소방서 의용소방대원으로 활동하며 불을 끄는 자원봉사도 하고 있다.

이날은 의용소방대원으로 인연을 맺은 소방서 구급대원과 공중보건의가 함께 나와 자장면을 먹고 난 어르신들의 건강검진까지 해 장씨를 더 기쁘게 했다.

평동에 사는 이혜영(73) 할머니는 "2002년부터 매년 이 집에서 공짜로 자장면을 대접받았다"며 "사장님이 워낙 어른들에게 친절하게 잘해 항상 여기서만 시켜먹는다"고 말했다.

같은 동네 윤영숙(79) 할머니도 "노인 공경할 줄 아는 사장님 덕분에 매년 이렇게 심심하거나 외롭지 않다"고 말했다.

장씨는 "내가 가진 것으로 베풀 수 있으니 행복하다"며 "비록 자장면 한 그릇에 불과하지만 돌아가신 부모님 같은 어르신들이 자장면을 한 그릇 뚝딱 맛있게 비우시며 웃으시는 모습을 계속 보고싶다"고 말했다.

(수원연합뉴스) 김동규 기자 dk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