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속사가 연예인을 미행하고 비밀촬영을 했더라도 충분히 의심할 이유가 있다면 권한 남용이 아니라는 고등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서울고법 민사24부(부장판사 조경란)는 가수 겸 연기자 박모씨와 그의 소속사 A엔터테인먼트가 서로 제기한 계약부존재확인 청구소송과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소속사는 박씨에게 500만원을,박씨는 A사에 8000만원을 각각 지급하라고 판결했다고 12일 밝혔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박씨의 사생활에 문제가 있다고 의심할 여지가 있었던 점을 고려하면 소속사가 다소 일방적으로 미행과 비밀촬영을 하고 통화내역 제출을 요구했다 하더라도 관리 · 감독권을 남용했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재판부는 소속사의 채무불이행으로 박씨가 방송활동을 제대로 하지 못해 정신적 고통을 입은 점은 인정된다며 소속사에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2003년 10월 박씨와 전속계약을 맺은 A사는 박씨가 전담 코디네이터와 몰래 식사한 정황을 찾아내고 관계를 추궁하며 통화내역을 요구했다. 하지만 박씨가 이를 거부하자 A사는 출연 섭외 등 지원활동을 끊고 박씨를 미행하거나 박씨가 다른 여성 연예인과 있는 모습을 몰래 촬영했다. 이에 박씨는 회사가 사생활을 침해하고 지원활동을 하지 않는다며 계약해지를 통보한 뒤 다른 회사와 새로 계약을 체결했다.

서보미 기자 bm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