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길 유인 후 차 바꿔 타고 사라져

노무현 전 대통령의 아들 건호 씨가 검찰 조사를 받으려 입국한 11일 밤 인천국제공항 고속도로와 서울 강남 일대에 서는 노 씨의 행선지를 캐려는 취재진과 이를 피하려는 노 씨의 열띤 '추격전'이 12일 새벽까지 벌어졌다.

노 씨는 11일 오후 10시46분 도쿄발 아시아나항공 OZ 105편으로 귀국해 입국 수속을 마친 즉시 검은색 체어맨 승용차를 타고 공항을 쏜살같이 빠져나갔다.

그러자 언론사 취재 차량 4-5대도 꼬리를 물고 따라붙으면서 심야 의 추격전은 시작됐다.

노 씨의 차량은 취재진 차량을 따돌리려 서울로 향하 는 인천국제공항 고속도로에서 시속 200㎞에 가까운 고속을 내기도 했다.

취재진 차량들도 속도를 높이며 노 씨의 모습을 촬영하기 위해 노 씨가 탑승한 체어맨 차량에 가까이 붙는 등 한때 위험한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다.

서울에 진입해서도 노 씨 차량은 교통신호도 무시하 고 올림픽대로와 인근 지역을 넘나들며 취재진을 떼어 내기위해 안간힘을 썼지만 추 격은 자정을 넘어 12일 새벽까지 이어졌다.

숨 막히는 질주는 12일 오전 1시30분 체어맨 차량이 강남구 일대를 돌다 도곡동 모 아파트 지하주차장으로 들어가자 끝나는 듯했다.

하지만 기자들이 탄 차량이 아파트 경비원들의 저지를 뚫고 지하 주차장 안으로 진입하자 체어맨은 주차장 안을 뱅글뱅글 돌며 지루한 추격이 이어졌다.

20여 분 하염없이 주차장 안을 헤매던 체어맨은 결국 다시 아파트 단지를 나와 도곡동 일대의 도로를 다람쥐 쳇바퀴 돌듯 돌기 시작했고, 취재진도 놓칠세라 이 차량을 따라붙었다.

그런데 새벽 2시쯤 체어맨이 갑자기 `배회'를 마치고 일방통행 도로로 들어갔다.

취재진은 그때까지도 체어맨이 `회심의 작전 '을 짠 뒤 차량이 한 대만 통과할 수 있는 좁은 골목길로 유인한 것이라는 것을 알지 못하고 체어맨의 뒤를 따랐다.

그러다 갑자기 체어맨이 좁은 골 목길 중간에서 차를 세웠고, 건호 씨로 추정되는 인물이 차에서 튕겨 나오듯 빠져나와 골목 앞쪽으로 내달리기 시작한 것.
돌발상황에 놀란 기자들도 멈춰 선 체어맨 때문에 찻길이 막힌 터라 반사적으로 차에서 내려 뒤따라 달렸지만 건호 씨는 20-30m 앞에 미리 준비돼 있던 흰색 쏘나타 차량을 타고는 유유히 사라졌다.

취재진을 좁은 골목길로 유인해 찻길을 막은 뒤 다른 차로 갈아타는 노 씨의 작전이 제대로 먹혀든 순간이었다.

`한 방' 먹은 취재진은 시야에서 멀어지는 쏘나타 차량만 하염없이 바라봤다.

(서울연합뉴스) 윤종석 임형섭 기자 banan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