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직히 세무조사 받으라' 충고…출금 억울"

이명박 대통령의 후원자로 알려진 천신일 세모나중여행사 회장은 10일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의 구명로비설과 관련, "인간적인 도의상 얘기는 들었지만 돈을 받은 적은 없다"고 일축했다.

천 회장은 이날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인간적으로 친하지만 선거 때와 국세청 세무조사 때 돈을 받았다는 것은 터무니없는 소설"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또 "이종찬 전 청와대 민정수석과 박 회장과 동석한 적이 없다"고 부인했으나, "박 회장과 그의 사돈인 김정복 전 국가보훈처장과 한두번 동석한 적은 있다"면서 "그러나 언론에서 말하는 대책회의는 아니다"고 했다.

다음은 천 회장과의 일문일답.

-- 지난 대선 때 박연차 회장으로부터 거액을 받았다는 보도가 나왔다.

▲명백히 대선 때든, 국세청 세무조사 때든, 검찰 조사 때든, 언제든 10원도 받은 적이 없다.

왜냐하면 박연차가 친동생과 같은 관계인 것은 틀림없지만, 농협 자회사인 휴켐스를 인수할 때도 `인수하지 마라, 이것 하면 오해받는다.

만약 인수하면 국세청 세무조사 받는다.

그러니까 깨끗하게 정리하고 세금 안낸 것은 내라'고 충고했었다.

대선자금을 받는다는 것은 휘발유를 들고 불에 들어가는 것과 다름없다.

인간적으로 친하지만 선거 때 돈받고 국세청 세무조사할 때 돈받고 하는 것은 터무니없는 소설이다.

소설을 쓴 것이다.

-- 박 회장이 돈을 줬는데 돌려준 적도 없나.

▲돈을 돌려준 적도 없다.

(박 회장이) 돈을 주겠다는 약속을 한 적도 없다.

-- 박 회장의 세무조사와 관련해 구명로비에 앞장섰다는 의혹이 있는데.
▲친동생 같은 아이가 세무조사를 받는데, 언론에서는 대책회의라고 하지만, `형님 좀 보자' 이렇게 하면 인간정의상 안 갈 수 있느냐. `형님 도와주이소'하면 얘기를 들어본 뒤 `노무현 전 대통령과 친한 관계니까, 그런데 (휴켐스 인수와) 관계하면 모양이 안좋지 않느냐. 내가 알아볼께' 이 정도로 얘기한 게 전부다.

-- 박 회장으로부터 구명로비를 해달라는 부탁을 받았나.

▲박연차의 부인과 아들, 딸이, 자기들도 답답하니까.

박연차가 매일 술먹고 길바닥에서 자고 똥.오줌 못가리니까 도와달라고 가족들이 오면 저녁 사 먹이고 `알아는 보겠다'고 한 수준이다.

-- 실제 박 회장의 구명을 부탁한 적이 있나.

▲내가 어디 가서 누구한테 얘기하겠냐. 인간적으로 할 도리를 한 것이고, 가까운 사람이 궁지에 빠지면 그래도 한번씩 위로를 해줘야 하는 것이 아니냐. 그 수준이다.

-- 공직에 있는 사람한테 부탁한 적은 있나.

▲공직에 있는 어느 누구에게도 얘기한 적이 없다.

얘기해봤자 얼굴만 부끄럽다.

큰 사건인데 누가 도와주겠다고 하겠느냐.
-- 작년 7월 이종찬 전 민정수석 등과 대책회의를 한 적이 있나.

▲이 전 수석이 박연차와 따로 만난 적은 있는지 몰라도, 나와 함께 만난 적은 없다.

-- 이 전 수석과 만난 적이 없다는 얘기인가.

▲나와 이 전 수석, 박연차 이렇게 같이 만난 적은 없다.

다만 김정복 전 국가보훈처장과는 한두번 동석한 적은 있다.

김 전 처장이 박연차 사돈이잖아. 언론이 이름을 붙인 게 대책회의지 대책회의가 아니다.

-- 휴켐스 사외이사로 재직했는데.
▲휴켐스의 사외이사를 하라고 해서 했다.

사외이사니까 이사회 때 가야하지 않나.

거기에서도 세무조사 얘기가 나오면 `성실하고 정직하게 빨리 세무조사에 응하고, 어차피 이렇게 된 것이고 돈도 벌었으니까 세금도 좀 내고 해라' 이렇게 말했다.

대책회의랄 것이 없다.

-- 휴켐스 인수와 관련있나.

▲박연차가 휴켐스 인수할 때 하지 말라고 했다.

이유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후원자라는 것을 세상이 다 아는데 임기 때 정부 기업을 파는 것과 마찬가지 아니냐. 휴켐스가 농협 자회사니까.

절대 안된다고 했다.

그랬더니 박연차가 `앞으로 신발이 사양산업입니다.

좋은 경기 다 지나고 어려워질테니까 업종을 바꿔야 하겠습니다.

그동안 번 돈을 가지고..'라고 하더라. 말리는 데도 강행을 하더라. 그래서 인수할 때도 이렇게 말했다.

`꼭 네가 해야 한다면 회사에서 하기보다는 법률회사를 통해 거기에서 법률적으로 검토해서 하도록 하라'고 했다.

그렇게 해서 태평양 법무법인을 통해 했다.

태평양이 많이 알고 있을 것이다.

-- 검찰이 출국금지 조치를 했는데.
▲제가 억울하다.

출국금지 조치가 왜 이뤄졌는지는 모르겠다.

-- 박 회장과의 관계는.
▲알다시피 박 회장은 공부를 못했다.

신발공장 기능공을 했다.

그리고 나이가 차 군대를 가야 하니까 월남에 가서 근무를 했다.

돌아와서 우리집이 부산 사상인데 블록담이었다.

보통 시골집은 토담집도 많은데 우리는 반 정도는 블록담이고 반 정도는 토담이었다.

박연차가 거기를 벽채 삼아서 슬레이트를 쳐서 가내공업을 했다 그런데 약 30년 전에 내 친동생인 천문일이 심장마비로 사망했다.

박연차가 장지에 와서 위로하면서 `문일이 대신에 내가 동생하겠다'고 했다.

그 전에도 안면이 있었지만 그때부터 가까워지기 시작했다.

-- 대선캠프 내에서의 활동은.
▲캠프 근처에 간 적도 없다.

고려대 교우회장이 됐으니까 고대 출신들이 끈끈하지 않느냐. 그런 차원이었다.

그리고 당시가 마침 고대 교우회 100주년이었다.

-- 여권의 막후 실력자라는 말도 있다.

▲제가 보통 그런다.

실력자라는 말이 나오니까 사람들이 모이는 곳에 가며 `허세다.

아무 힘도 없다.

우리는 고려대 출신 대통령이 탄생한 것만 갖고 만족하자. 더 자신을 낮추고 겸손하자'고만 한다.

(서울연합뉴스) 김범현 기자 kbeom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