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의 후원자로 알려진 강금원(57) 창신섬유 회장이 9일 구속됐다.

멀게는 2003년 12월 횡령.배임 등 혐의로 사법처리된 지 5년4개월 만이고, 가깝게는 검찰이 2월14일 강 회장 소유의 충북 충주 S골프장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하면서 수사에 본격 착수한 지 두 달 만이다.

수사 전 내사는 지난해 10월부터였다.

대전지검 특수부(이경훈 부장검사)는 이른바 '386 창업신화'의 주인공인 이철상(42) 전 VK 대표의 횡령 등 혐의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VK에 근무한 적이 있는 전 청와대 행정관의 계좌에 강 회장 돈 1억원이 입금됐다가 안희정(44) 민주당 최고위원에게 건너간 사실을 확인했다.

이때부터 검찰은 강 회장 개인계좌와 창신섬유.S골프장 법인 계좌를 광범위하게 뒤졌고, 올 2월 사무실을 압수수색하면서 강 회장을 향한 '칼'을 빼들었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 강 회장이 2004년부터 266억원의 회삿돈을 횡령하고, 불법 행위로 회사에 36억원 안팎의 손해를 끼쳤으며, 세금 16억원을 포탈했다는 혐의를 뒀다.

하지만 이 때만 해도 검찰은 2003년 구속한 강 회장을 비슷한 혐의로 다시 구속하는 데 대해 주저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칫 전 정권의 후원자를 노린 '정치보복' 비난을 받을까 우려한 것이다.

강 회장의 운명이 꼬인 건 노 전 대통령의 또 다른 후원자 박연차(64) 태광실업 회장 탓이었다.

대전지검이 강 회장을 수사하는 사이 박 회장을 조사하던 대검이 박 회장의 돈 500만 달러가 노 전 대통령의 조카사위 연철호씨에게 건너간 사실을 확인한 것이 계기였다.

'노무현-강금원-박연차' 3자의 관계에 주목하던 검찰은 급기야 강 회장과 박 회장, 그리고 노 전 대통령의 자금 문제 대리인격인 정상문(62)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이 2007년 8월 서울 S호텔에서 만나 노 전 대통령 퇴임 후 활동을 지원하는 방안을 논의했다는 사실에 눈길을 돌렸다.

특히 이 자리에서 박 회장이 강 회장에게 '홍콩에 있는 비자금 500만 달러'를 언급한 사실이 언론보도로 알려지자 검찰은 강 회장을 500만 달러의 실체를 밝혀줄 핵심 인물로 보기에 이르렀다.

이달초만 해도 영장 청구를 하염없이 미루던 대전지검이 6일 오전 강 회장을 전격 소환해 다음날(7일) 새벽까지 17시간에 걸쳐 조사하고, 7일 오후 2시께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하는 초고속 일정을 밀어붙인 데에는 이런 사정이 있었다.

강 회장은 9일 낮에 열린 영장실질심사에서 횡령.배임 혐의를 부인하고 "세금은 납부 세액이 확정되면 바로 내겠다"며 불구속 수사를 주장했지만 박 회장을 구속한 데 이어 정 전 비서관을 체포하고, 본격적으로 노무현 전 대통령 소환 조사로 치닫는 검찰의 기세를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대전연합뉴스) 정윤덕 기자 cobr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