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대통령 부부가 검찰 조사실에 동시에 불려나오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과연 실제로 벌어질까. 노무현 전 대통령이 부인 권양숙 여사가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으로부터 현금 10억원을 받았다고 인정한데 이어 박 회장이 "노 전 대통령을 보고 이 돈을 건넸다"고 검찰에 진술함에 따라 전직 대통령 부부가 나란히 검찰에 소환되는 전대미문의 사태가 발생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수사를 진행 중인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는 "수사 진행 상황에 따라 결정하겠다"면서 소환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다. 소환 시기가 다음 주 후반이라는 구체적인 시기까지 검찰 안팎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노 전 대통령 자신도 "검찰의 조사에 응하겠다"고 밝혀 검찰 소환을 위한 판은 사실상 다 짜여진 셈이다.

그러나 검찰은 노 전 대통령과 권 여사의 소환시기와 방법 형식 등을 놓고 고심 중인 것으로 보인다. 자칫 전 정권에 대한 표적수사 내지는 보복수사로 비쳐질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전직 대통령 부부를 둘다 소환하는 것에는 큰 부담을 느끼고 있다. 노 전 대통령이 지난 7일 홈페이지를 통해 "저의 집(권 여사를 지칭)에서 부탁하고 그 돈을 받아서 사용한 것"이라고 밝혀 수사상 직접 당사자인 권 여사에 대한 조사는 불기피하지만 전직 대통령 부부 동시 소환은 유례없는 일이다.

따라서 전직 대통령 부부를 같이 소환하기보다는 한 사람만 소환 조사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박 회장이 돈의 종착역이 노 전 대통령이라고 밝힌 만큼 권 여사 소환 조사를 생략한 채 노 전 대통령만 조사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권 여사에 대해선 노 전 대통령을 소환하기 전에 서면조사와 방문조사 형식을 취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돈을 준 박 회장, 돈을 전달한 정상문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과의 진술이 일치하지 않으면 두 사람 다 직접 소환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서울중앙지검의 한 검사는 "검찰 수사는 소환조사가 원칙이지만 수사의 필요에 따라 방문조사나 서면조사를 할 수 있다"며 "조사를 어떤 형식으로 하든 같은 내용이라면 증거 능력에는 차이가 없다"고 설명했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