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 주체성 부정하고 침략 정당화…우리 정부 강력 항의

일본 문부과학성은 9일 교과서검정심의회를 열고 일본의 극우 세력들로 이뤄진 '새로운 역사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새역모)'이 지유샤(自由社)를 통해 발간한, 한국 침략을 정당화하는 등 역사를 왜곡한 내용을 담은 중학교 역사교과서에 대해 합격 판정을 내렸다.

이에 따라 역사 왜곡의 정도가 다른 출판사에 비해 더욱 심한 중학교 역사교과서는 종전의 후쇼샤(扶桑社)판 교과서와 함께 2종으로 늘게 됐다.

한국 외교부는 이날 일본 정부의 검정 통과 직후 "일본 정부가 역사 왜곡 교과서의 검정을 통과시킨 것은 매우 유감"이라고 항의 성명을 발표하고 즉각 시정할 것을 촉구했다.

아울러 한국 정부는 주일대사관 등 외교 경로를 통해 일본 정부에 항의의 뜻을 전달했다.

이번 검정에 통과한 지유샤의 중학교 역사 교과서는 내년 신학기부터 사용할 수 있는 것이다.

새역모는 과거 후쇼샤판 역사 교과서를 만든 단체이나, 최근 몇년 사이에 후쇼샤와 노선 갈등을 겪으면서 이번엔 지유샤를 통해 별로의 중학교 역사 교과서를 만들어 검정 신청을 했다.

지유샤판 역사교과서의 역사 왜곡은 현행 후쇼샤판 역사 교과서와 거의 같은 것으로 알려졌다.

새로 검정을 통과한 지유샤판 중학교 역사 교과서는 한·일 학계에서 부정되는 임나일본부설을 서술하고 있으며, 동아시아에서 일본만이 독자적인 연호를 사용했다고 주장했다.

또 조선에 대해서는 부적절한 식민지 용어인 이씨조선으로 표기했고, 임진왜란 때 조선 침략을 '출병'이라고 표현했다.

아울러 강화도 사건의 도발 주체와 목적, 경위를 은폐해 일본의 한국 침략 의도를 고의로 부정했으며, 한반도의 지정학적 위치에 근거한 한반도 위협설을 강조함으로써 한국에 대한 침략과 지배를 합리화하려 했다.

이와 함께 일본의 식민지 정책의 초점이 한국의 근대화에 있었다고 미화하고 일본에 의한 한국 강제병합의 강제성 및 침략 의도를 은폐하려 했다.

일본 정부는 지유샤판 역사교과서에 대해 오기 등을 포함해 560곳의 기술에 대한 검정 의견을 제시, 재신청을 거쳐 합격시켰다.

지난해 발표된 중학교 신학습지도요령에 따른 새 교과서 검정은 2009년 이후에 실시되기 때문에 이번 2008년도 검정 신청건수는 얼마 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01년 4월 검정심사를 통과해 2002년부터 일본의 각 중학교에서 사용되고 있는 후쇼샤 교과서는 황국사관에 의거해 일본의 제국주의를 미화하고 한국 침략을 정당화하는 등의 내용을 담아 물의를 일으킨 바 있다.

당시 한국 정부는 일본의 역사 왜곡 시도에 대한 유감 성명을 발표하고 일본 내 시민단체와 협력해 후쇼샤 교과서 불채택 운동을 대대적으로 벌인 바 있다.

기존 후쇼샤 교과서의 채택률은 지난 2005년 기준으로 0.39% 정도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문부과학성은 이날 도쿄서적이 신청한 '고교 생물Ⅱ'에 대해서도 검정 합격 결정을 내렸다.

이 출판사는 2006년과 2007년에도 신청을 했지만 오류가 많다는 지적이 제기돼 검정을 통과하지 못했었다.

올해엔 만능세포 분야의 권위자인 교토(京都)대 야마나카 신야(山中伸彌) 교수를 일본 생물 교과서 가운데서는 처음으로 교과서에 소개했다.

(도쿄연합뉴스) 최이락 특파원 choina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