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통대 박동욱 교수팀 논문 "석면건축재료 수입 2005년까지 급증"

미국 등 선진국이 1980년대 들어 석면 사용량을 급격히 줄여나갔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이보다 17년이 늦은 1997년에서야 석면 사용량이 감소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마저도 국내 석면 자체의 수입량은 1997년을 기점으로 급격히 감소한 반면 석면이 포함된 천장 텍스나 시멘트 제품 등의 수입물량은 계속 증가해 2005년에는 1996년 대비 5배 이상 급증했던 것으로 분석됐다.

8일 한국방송통신대학 환경보건학과 박동욱 교수팀이 국제학술지 `국제환경보건학회지(2008년 4월호)'에 게재한 논문에 따르면 1971년부터 2006년까지 우리나라 석면(백석면, 청석면, 황석면) 수입량의 변화를 분석한 결과, 1997년을 기점으로 급격히 수입이 감소했다.

1997년에 석면 수입이 감소한 것은 당시 IMF 경제위기가 닥치면서 석면 산업이 공해산업으로 인식돼 주요 대기업들이 석면 산업을 포기하거나 가동하지 않는데 따른 것으로 연구팀은 추정했다.

흥미로운 점은 석면 자체의 수입량이 1997년을 기점으로 감소했지만, 석면이 포함된 각종 건축재료(천정 텍스, 석면시멘트제품, 석면 타일, 석면개스킷 등)는 1996년 9천116t이 수입된 이후 계속 증가해 2005년에는 4만7천967t으로 5배 이상 급증했다는 것이다.

이때까지 정부의 석면함유제품에 대한 규제는 거의 없었으며, 2007년 이후에서야 석면함유제품에 대한 수입 및 사용제한이 단계적으로 도입됐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우리나라의 연도별 석면사용량 추이도 외국과 큰 차이를 보였다.

미국의 경우 석면사용량이 1950년에 절정을 이루다 국제암연구소(International Agency Research for Cancer)가 1973년 석면을 발암물질로 규정하자 사용량이 감소하기 시작, 1985년 국민 1인 사용량이 0.5㎏ 이하로 떨어진 뒤 2000년대 들어 1인당 0.01㎏ 수준으로 급감했다.

중국과 인도를 제외한 대부분의 선진국에서도 사용량에 차이는 있지만 미국과 비슷한 양상을 보였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즉, 1980년 이전까지는 석면사용량이 증가 혹은 정체되지만, 1980년 이후로는 급격히 감소하고 최근에는 대부분 국가에서 국민 1인당 사용량이 0.5㎏ 이하 수준에 그치고 있다고 연구팀은 덧붙였다.

박 교수는 "결론적으로 말하면 우리나라에서 석면사용량이 급격히 떨어진 시점은 1997년으로, 외국의 1980년에 비해 17년이 늦은 셈"이라며 "이미 국제사회에서 석면의 위험성이 알려지고 사용량이 감소됐지만 우리나라에서의 사용량은 오히려 증가된 점으로 볼 때 이번 베이비파우더나 화장품의 석면 파동도 예견됐던 사건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김길원 기자 bi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