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마저도….’
대한민국 제조업의 심장부인 울산경제가 불황의 깊은 수렁으로 빠져들고 있다.
IMF 외환위기때도 찾아보기 힘들었던 공장을 팔아달라는 문의가 연초에 비해 최대 3배이상 불어났다.
이러다가 울산지방공단의 불이 꺼지지는 않을 까 우려가 곳곳에서 터져나오고 있다.

현대자동차 협력업체의 30%인 80여개사가 밀집해 있는 울산 달천 농공단지.
현대자동차가 1분기들어 30%이상 감산에 들어간데다 아반떼를 만드는 3공장을 제외한 전 생산라인에 걸쳐 잔업과 특근이 사라지면서 이곳 중소협력업체들은 사상 유례없는 휴폐업 사태에 직면하고 있다.

주변의 한 부동산 관계자는 "지난 1월중에는 한달내내 기다려야 두세건 정도에 불과하던 공장 매물이 이달들어선 하루에 많게는 3건이상씩 쏟아져 나오고 있다"며 “달천과 같은 지역에 있는 매곡, 효문공단등에서 나오는 공장 매물까지 합하면 최소 100개이상의 공장매물이 매수자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울산중소기업 지원센터관계자는 “현대차 감산은 1차,2차, 3차 협력업체의 연쇄 부도사태로 이어지게된다"면서 “특히 긴급 자금지원등을 상담하러 찾아오는 2,3차 협력업체 얘기를 들어보면 울산 자동차 부품업체 300여개중 이미 30%는 문을 닫거나 휴업중인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그는 “이 가운데 상당수 업체가 공장부지 가격이 더 떨어지기 전에 매물을 내놓고 있다"고 덧붙였다.

현대차 감산에 이어 대우버스도 전체 직원의 약 40%를 줄이는 구조조정에 들어가면서 이 회사 공장 인근의 울주군 상북,두서,두동면에 들어서 있는 자동차 부품업체 30여개사도 향후 미칠 파장을 우려하고 있다.한 중소업체 관계자는 “아직 직접적인 타격은 없지만 대우버스가 본격적으로 조업 단축등에 들어가면 이 일대 중소협력업체들도 사업을 접는 사태로 이어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이미 인근 부동산 업계에는 저가의 공장매물이 속속 접수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건실한 중견 석유화학 업체도 불황을 비켜가진 못하면서 울산석유화학 단지 인근의 중소업체들도 공장매물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이 지역의 한 부동산 관계자는 “현재 처분을 부탁받은 공장 매물만 20개에 달하지만 매수희망자는 단 한명도 없다"고 말했다.조선블록 제조업체인 S사 김모 사장은 “1년전만 해도 바닷가 주변에는 시가보다 3배이상 주고도 공장부지를 구하지 못했는데 지금은 ㎡당 10-20만원이상 싸게 내놓아도 공장부지를 사려는 사람이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이처럼 울산지역에 공장매물이 쏟아져 나오면서 울산시가 추진중인 공단부지 조성사업도 큰 차질을 빚고 있다.최근 울산시가 자유무역지역으로 지정된 울주군 온산읍과 청량면 일대 신일반산업단지에 19필지 44만㎡규모의 지방산업단지 2차 분양에 들어갔지만 고작 4개 업체만 분양되는 사태로 이어졌다.지난해말 1차분양에선 6곳이 신청을 했으나 실제 계약으로는 이어지지 않았다.

울산시는 이번 2차 분양에선 계약금을 기존 30%에서 10%로 내리고 중도금의 80%를 계약일로부터 270일(기존 60일)로 연장해 분양에 들어갔지만 또다시 저조한 실적을 보이자 큰 충격을 받는 분위기다.울산시 투자지원단 강영구 담당은 “IMF 외환위기때도 공장부지가 모자란다며 아우성치던 기업들이 이제는 분양가를 반이상 깎아줘도 문의조차 없다"며 이같이 하소연했다.

신산업단지 인근의 부동산 업계에선 “울산시가 내놓은 분양가는 ㎡당 32만7600원으로 불과 1년전만 해도 이 가격대로는 주변의 공장부지를 살수도 없었다"면서 “울산항과 가깝고 자유무역지역으로 지정되는 곳에 이처럼 매수자가 나타나지 않는다는 것은 그만큼 울산경제가 심각한 상황에 처했음을 알리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기업체들의 불황은 그대로 울산 지역 주민들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
지난 2월중 실업률은 8년만에 5%대로 최고치를 기록했다.이 같은 실업률은 같은 5.1%를 기록한 대구와 함께 전국 광역시도중 가장 높은 수치로 조사됐다.실업자수는 2만8천명으로 지난해 같은 달과 비교해 63.7%인 1만1천명이 늘어났다.

지난 1-2월 중에만 휴업에 들어가기위해 고용유지 지원금을 신청한 사업장이 322개사에 달한다.지난해보다 무려 8배나 많은 규모다.울산대 조재호 교수(경제학)는 “IMF 때는 울산의 수출기업들이 최고의 호황을 누리면서 울산은 물론 한국경제의 경제난 극복에 크게 기여했다"면서 “하지만 지금은 울산의 기업들이 글로벌 경기침체에 가장 먼저 직격탄을 맞고 있는 만큼 한국경제의 동력을 살리기위해서라도 울산에 대한 특단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울산=하인식 기자 ha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