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김추기경 추모의 밤 행사서 추모시 낭송

"한국 국민들의 존경과 사랑을 / 세상에 살아계실 적에도 많이 받으시고 / 세상을 떠나신 후에는 더욱 넘치게 받으시는 / 우리의 김수환 스테파노 추기경님 / 언젠가는 우리도 건너가야 할 / 평화의 긴 강을 잘 건너가셨지요?"('그리운 편지' 중)
암 투병 중인 시인 이해인 수녀가 지난해 여름 암 수술을 받은 후 처음으로 공식 석상에 모습을 나타냈다.

이해인 수녀는 6일 저녁 서울 명동성당에서 열린 김수환 추기경 추모의 행사에 참석해 "저를 위해 걱정하고 기도해주시는 분들께 감사드린다.

추기경님처럼 인내하고 겸손한 수도자가 될 수 있도록 기도해달라"는 말과 함께 추모시 '그리운 편지'를 낭독했다.

다소 피곤한 기색이긴 했지만 혈색이 좋았고 부축 없이 걸을 수 있을 정도로 회복한 모습이었다.

이해인 수녀는 이날 행사 시작 약 1시간 전에 명동성당에 도착해 평소 알고 지내던 신자들과 반갑게 인사하고 독자들이 내민 시집에 밝은 표정으로 사인을 해주기도 하면서 그의 건강을 염려하던 신자와 독자들을 안심시켰다.

그는 그러나 "바깥 활동을 할 수 없는 환자의 몸이라 이번 시 낭송만 겨우 참석한 것"이라며 언론과의 인터뷰는 극구 사양했다.

한편 이해인 수녀는 지난달 말 인터넷 팬 카페 '민들레의 영토'에 시와 편지를 올려 오랜만에 독자들에게 안부를 전하기도 했다.

수녀는 "봄이 일어서니 / 내 마음도 / 기쁘게 일어서야지"로 시작하는 '봄일기-입춘에' 등 짧은 시 두 편을 올린 후 "올봄은 어느 해보다도 저에게 새로운 의미로 살아옵니다.

제가 병 중에 있기에 더욱 그러한지도 모릅니다"라며 말문을 열었다.

이어 "저 멀고도 가까운 내부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잘 모르지만 우선 겉으로는 잘 지내고 있으니 다행으로 여겨진다"며 "즐거운 창작활동을 하고 아름다운 자연을 보거나 하여 감동의 순간을 많이 만들면 엔도르핀보다 더 좋은 다이도르핀도 생성된다고 하니 시도 짬짬이 쓰고 주변에서 들을 수 있는 새소리도 많이 듣고 그러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해인 수녀는 또 "아마도 부활 축일이 지나고 나면 그 다음 주에 부산으로 내려가 2009년도의 재교육도 받고 그간 미루었던 연피정도 하고 그럴 것 같다"며 앞으로의 계획을 소개하기도 했다.

(서울연합뉴스) 고미혜 기자 mihy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