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 태백지역에 수돗물이 펑펑 쏟아지기 시작한 3일 시민들의 얼굴에도 미소가 활짝 폈다.

태백시 철암동 삼방마을에 사는 김군자(67.여) 씨는 수도꼭지를 틀어보며 "흙탕물이 아닌 맑은 물이 콸콸 쏟아져 나오는 것을 보니 가슴이 후련하다"며 기뻐했다.

태백지역의 수돗물 공급 정상화는 가뭄으로 한국수자원공사 태백권관리단이 지난 1월 6일 광역상수도 공급량을 줄이면서 제한급수가 시작된 이후 88일 만이다.

태백지역에 하루 3시간 씩 만 수돗물 공급이라는 최악의 식수난은 이처럼 혹독한 겨울 추위 속에 시작됐다.

한파와 함께 갑자기 덮친 물 부족 사태로 방과후 수업을 받고 있는 학생들은 빵과 우유로 급식을 대신하고 산간계곡에 살고 있는 주민들은 한 방울의 생활용수라도 얻기 위해 강추위에 꽁꽁 얼어붙은 샘을 파내야 하는 식수난을 겪어야 했다.

지난 2월 말까지만 해도 하루종일 단 한방울의 수돗물도 공급받지 못했던 주민은 2천여 가구에 3천700여명에 달했었다.

이 기간 전국에서 보내준 생수만 346만병을 넘었고 태백주민들은 이 생수로 최악 가뭄을 버텨낼 수 있었다.

이 때문에 정상급수가 시작된 이날 태백지역 주민들은 기쁨과 함께 지난 겨울 무거운 생수를 들고 고지대 골목길을 찾아왔던 국민들의 따뜻한 발길에 대해 감사의 뜻을 전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철암동 김월희(74) 할머니는 "매일 샘터로 물을 길으러 다니던 올해 초 자치센터에서 처음으로 나눠준 생수 맛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며 "생수가 없었으면 이번 식수난에 큰 일이 났을 것"이라고 고마워했다.

그동안 생활용수 부족으로 장사에 어려움을 겪었던 식당, 여관 등 태백시내 상가의 상인들도 비상급수용 대형물통을 치우고 밀렸던 청소와 설걷이를 하는 등 손님맞이에 분주한 하루를 보냈다.

황지동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박영숙(44.여) 씨는 "체육대회 등 관광 성수기를 앞두고 가뭄이 계속되면 어쩌나 하고 걱정이 많았는데 이렇게 다시 수돗물이 나오기 시작하니까 정말 반갑다"라며 즐거워했다.

한편 강원도는 최근 잇단 단비로 식수원 삼척시 하장면 광동댐의 유효저수량이 늘어나자 지난 2일 태백시, 삼척시, 정선군, 한국수자원공사 강원본부 관계자 등이 참석한 가운데 `강원 남부권 가뭄지역 생활용수공급 안정화 대책'을 협의하고 3일부터 수돗물 공급을 정상화하기로 했다.

(태백연합뉴스) 배연호 기자 by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