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부터 지구력이 떨어져 쉽게 피로해져요. 좋아하던 골프가 재미 없어지고 부부관계도 시들해지고 집중력과 기억력이 떨어지면서 사업까지 힘겹습니다. 건강을 위해 술 담배도 끊고 몸에 이롭다는 음식만 골라 먹고 운동도 열심히 해 보는데 나아지기는커녕 점점 심해지기만 합니다. "

성공한 사업가 문모씨(62)가 필자를 찾아와 호소한 내용이다. 병원에서 정밀건강검진을 해봐도 이상이 없었다는 문 씨에게 영유아기나 사춘기 때 발육을 촉진하며 성인의 노화를 방지하는 성장호르몬과 남성 생식계의 성장을 돕는 남성호르몬(테스토스테론)의 혈중 농도를 재어보니 각각 젊은 사람의 40% 수준으로 떨어져 있었다. 신체반응속도 청력 폐기능 기억력 등 12가지 항목으로 이뤄진 생체나이를 측정한 결과 70세로 실제 나이에 비해 노화가 많이 진행된 상태였다.

검사 결과를 바탕으로 호르몬을 주사하고 생활습관과 식단을 교정했더니 4주 후부터 숙면을 취하고 피로감이 줄어들고 활력이 생기기 시작했다. 3개월 후 재측정한 결과 두 호르몬은 정상 수준을 유지했고 체지방이 줄면서 근육량은 늘어 허리 둘레가 1.5㎝ 감소하고 근력은 10% 향상됐다. 활력이 넘치는 것은 물론 기억력이 향상되고 덤으로 성기능까지 회복돼 젊은 시절의 자신감을 되찾았다. 6개월 치료 후 생체나이를 다시 측정해 보니 59세로 나타나 처음 찾아왔을 때보다 11년 젊어진 것을 알 수 있었다.

성장호르몬이나 성호르몬처럼 생명 유지에 필수적이지는 않지만 신체의 기능과 삶의 질에 관련된 호르몬이 50세 전후에 급격히 감소하면 노화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따라서 이들 호르몬을 젊은 사람의 80~90% 수준으로 보충해 주면 아직 젊은 사람은 젊음을 더 오래 유지할 수 있고 이미 노화가 진행된 사람도 10년 정도 생체나이를 젊게 되돌릴 수도 있다.

성장호르몬은 성장이 끝나는 20대를 정점으로 10년마다 14.4%씩 감소한다. 이에 따라 중장년층이 6개월간 성장호르몬 보충치료를 받으면 체지방이 14.4% 줄고 근육량은 8.8% 늘어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와 있다. 피부가 두꺼워지고 근력이 증강되며 인대 근육 관절이 부드러워져 운동기능이 향상된다.

이는 성장호르몬이 지방분해와 단백질 합성을 촉진하기 때문이다. 근육은 물론 피부와 관절에 많은 콜라겐이 모두 단백질로 이뤄져 있으므로 성장호르몬의 효과가 드라마틱하게 나타는 것이다. 실제 문씨의 경우 특별한 운동을 하지 않았는데도 과거 230야드에서 200야드로 줄었던 드라이브 비거리가 호르몬 치료 후 220야드로 늘어나는 효과를 봤다고 기뻐했으며 이런 사례는 어렵잖게 찾아볼 수 있다.

이 밖에 성장호르몬은 뇌의 신경전달 물질 농도를 증가시켜 단기기억력과 신체반응 속도를 향상시킨다. 항간에는 나이들어 감소하게 마련인 성장호르몬을 보충하면 자연적인 노화생리에 역행,암이 생길 수 있다고 우려하는 사람들도 많은데 아직까지 성장호르몬이 암의 발생을 증가시킨다는 보고는 없다.

오히려 성장호르몬은 암 발생 초기에 암세포를 공격하는 자연살해(NK) 세포의 생성을 촉진한다. 실제 필자가 치료한 1000여명의 환자 중 3명이 암으로 진단됐는데 이들은 모두 호르몬 치료 시작 전이나 초기에 발견된 것으로 성장호르몬의 영향을 받은 것은 아니다.

성호르몬은 남녀 모두 50세를 전후해 감소한다. 여성호르몬은 급격히 감소해 폐경기증후군을 부른다. 남성은 여성보다 덜하지만 남성호르몬의 급감으로 인한 남성갱년기 증상을 심하게 경험하는 사람도 꽤 많다. 성호르몬 감소로 인한 증상은 성장호르몬 부족과 비슷하며 이에 대한 호르몬 치료도 성장호르몬 못지않게 뚜렷하다. 그러나 여성호르몬은 유방암 발생과 관련 있으며 남성호르몬도 전립선암 위험이 있다고 알려져 기피하는 사람이 많다.

필자가 실제 치료해보니 남성호르몬 치료로 인해 전립선암이 유발된 사례는 아직 없었고 최근 수년간 나온 연구들도 생리적 범위 안에서 투여하면 큰 문제가 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따라서 과용량을 투여하지 않도록 주의하고 부작용 발생 여부를 잘 모니터링 한다면 안전성을 확보하면서 치료 효과도 극대화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