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검찰청 중앙수사부는 1일 정대근 전 농협 회장(구속)이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과의 대질신문에서 박 회장으로부터 홍콩계좌로 250만달러를 받은 사실을 시인했다고 밝혔다. 혐의 사실을 부인해 온 정 전 회장이 대질신문에서 시인함으로써 그동안 박 회장이 검찰에 진술한 다른 내용들에도 신빙성이 더해질 전망이다.

검찰에 따르면 정 전 회장은 그동안 박 회장으로부터 250만달러,중국 비료원료 납품회사로부터 20만달러의 뇌물을 받은 사실을 계속 부인하다가 최근 대질신문에서 모두 자백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전 회장은 앞으로 검찰 수사에 성실하게 협조하겠다는 약속도 했다고 검찰은 전했다. 이에 따라 검찰은 정 전 회장으로부터 각각 불법 정치자금 3만달러와 1000만원을 받은 혐의 등으로 구속된 이광재 민주당 의원과 이강철 전 청와대 시민사회수석 외에도 정 전 회장에게서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정치인들이 더 있는지 수사를 확대할 방침이다.

검찰은 박 회장의 정치권 로비 의혹과 관련,조사를 마친 서갑원 · 박진 의원 외에도 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한나라당 허태열 의원 등 전 · 현직 의원 10여명의 후원금 내역을 넘겨받아 분석 중이다.

전 · 현직 의원들에 대한 수사 폭이 예상대로 확대될 수 있다는 의미다. 앞서 홍만표 대검 수사기획관은 "이름이 자꾸 거명되는 의원들에 대한(부담감을 덜어드리기 위해)혐의 유무를 조속히 확인할 것이며 혐의를 벗는 분들도 있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한편 검찰은 박 회장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조카사위 연철호씨에게 건넨 500만달러의 전달 목적과 용처를 확인하기 위해 조만간 연씨를 불러 조사할 방침이다. 검찰은 박 회장의 홍콩 현지법인 APC의 계좌추적 자료를 검토한 후 연씨를 불러 조사하겠다는 입장이다. 검찰은 앞서 박 회장이 이 계좌에서 배당을 받는 형식으로 685억원 이상을 빼돌린 정황을 포착했으며 이 돈이 사실상 박 회장 로비자금의'몸통'이라고 보고 지속적으로 용처를 쫓고 있는 상태다.

연씨는 최근 대리인을 통해 "500만달러는 버진아일랜드에 타나도인베스트먼트라는 창업투자사를 설립하기 위해 2007년 12월 먼저(박 회장에게) 부탁해 2008년 2월 본인의 홍콩 계좌로 전달받은 것"이라면서도"APC 계좌에서 온 것인지는 모른다"고 말했다.

또 500만달러를 베트남 미국 등 회사에 절반 투자했으며 나머지 돈은 그대로 남아 있어 국내로 유입된 자금은 없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검찰은 박 회장과의 구치소 면담 이후 대화 내용을 언론에 알린 박찬종 변호사에 대해 대한변호사협회에 변호사윤리규정을 어겼다고 통보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