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전(前) 행정관이 향응을 받고 성매매를 하려 한 혐의로 적발된 것과 관련, 경찰의 지지부진한 수사로 사건의 은폐.축소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최근 각종 비리근절 대책을 내놓으며 부패척결을 외치고 있는 경찰이 정작 이번 사건과 관련된 유흥주점이나 모텔 등에 대한 초동 수사를 제대로 진행하지 않아 수사 의지가 부족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을 받고 있다.

사건을 조사 중인 서울 마포경찰서는 31일 성매매 입증을 위해 신용카드 내역을 확인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어제 (성매매 대금이 치러진 것으로 보이는) 유흥업소에서 신용카드 매출 전표 제출을 요구했지만 업소 측의 거절로 확보하지 못했다.

압수영장 신청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압수영장도 받지 않고 무턱대고 업소에 가서 카드 전표를 요구했다가 거절당한 뒤 그대로 돌아왔다는 것.
A씨는 모텔에서 적발되기 전 유흥업소에서 방송통신위원회 및 케이블 방송업계 관계자 등과 `부적절한 회동'을 가져 성접대 등을 이용한 로비 의혹이 제기됐다.

신용카드 내역 확보는 성매매 입증은 물론 로비 의혹을 밝히기 위한 핵심적인 증거인데도 사건발생 일주일이 가깝도록 확보하지 못해 과연 수사 의지가 있느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경찰은 또 모텔비의 지불내역 확인 등은 굳이 필요치 않아 수사 계획에 없다고 밝혀 사건을 축소.은폐하려 한다는 비난도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앞서 경찰은 사건 발생 다음날인 26일 청와대에 적발 사실을 보고했는데도 `A씨가 회사원이라고 진술해 행정관인지 몰랐다'는 말로 일관해 사건의 은폐 의혹이 대두했다.

이밖에 성접대 의혹을 신속히 밝히기 위해서는 여종업원 등에 대한 조사도 빨리 이뤄져야 하지만 경찰은 A씨에 대한 조사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이유로 여종업원 소환을 늦추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현재 A씨와 연락이 되지 않고 있지만 그와 접촉해 최대한 이른 시일 내에 다시 불러 조사할 것"이라며 "A씨의 조사가 이뤄지기 전 여종업원을 부를 계획은 아직 없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김남권 기자 kong79@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