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3위까지 치솟은 이혼율이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는 가운데 70년을 해로(偕老)한 재계 원로 부부의 이야기가 화제다.

구태회 LS그룹 명예회장(86)과 최무 여사(87)는 30일로 결혼 70주년을 맞는다. 두 사람은 모두 10대였던 1939년 백년가약을 맺었다. 강산이 일곱 차례나 바뀐 지금까지 건강과 금실을 유지하며 가정을 이끌어 온 것.가족들은 최근 경제 위기 상황을 감안해 특별한 기념행사 없이 조촐한 가족 모임을 갖고 구 명예회장 부부의 70번째 결혼기념일을 축하할 예정이다.

구 명예회장 부부는 슬하에 4남2녀를 뒀다. 구자홍 LS그룹 회장(63)과 구자엽 LS산전 회장(59),구자명 LS-Nikko동제련 부회장(57),구자철 한성 회장(54) 등 4명의 아들들은 그룹 계열사나 방계사 경영을 맡고 있다. 장녀 구근희씨(66)는 이준범 화인 회장과 삼녀 구혜정씨(61)는 이인정 태인 회장과 각각 결혼해 가정을 꾸렸다. 손자와 증손자 등까지 합하면 구 명예회장 부부의 직계 가족은 50여명에 이를 만큼 다복하다.

장남 구자홍 LS그룹 회장은 "두 분의 70년 결혼 생활을 지탱한 가장 큰 힘은 서로에 대한 존경과 배려"라며 "지금도 가족들에게 두 분의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구 명예회장은 LG그룹 구인회 창업주의 셋째 동생으로 구자경 LG명예회장의 숙부이자 구본무 LG회장의 종조부다. 1958년 4대 국회의원에 당선된 이후 6선 의원을 지내며 국회부의장 등을 역임했다. 금성사 부사장,럭키금성그룹 고문,LG그룹 창업고문 등으로 활약하다 2002년부터 LS전선 명예회장직을 맡는 등 기업 경영을 챙겨왔다.

LS그룹이 2003년 LG로부터 계열 분리하고 나서 4촌형제 간 공동 경영이 정착되기까지는 인품과 덕망을 갖춘 구 명예회장의 역할이 컸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LS그룹은 LG그룹에서 계열분리한 뒤 약 5년 동안 매출액은 2003년 7조3500억원에서 2007년 14조9700억원으로 2배,같은 기간 순이익도 약 1300억원에서 6800억원으로 5배 늘어났다.

재계의 관계자는 "70세까지 사는 것도 쉽지 않은데 부부연을 70년간 이어왔다는 것만으로도 사회의 모범이 될 일"이라고 평가했다.

김태훈 기자 tae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