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는 성형해야", "여자들은 졸업하면 결혼해야" 등 발언에 학생들 반발
당사자 "전공특성 고려한 것..조언 차원" 해명


서울대 명예교수 겸 모 사립대 석좌교수가 이공계열 전공수업 시간에 여성을 비하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을 일삼는다는 불만이 학생들로부터 나오고 있다.

29일 서울대생 인터넷 게시판 스누라이프 등에 따르면 최근 모 단과대학 학생이 `여자 외모 계속 얘기하는 교수'라는 제목으로 한 명예교수를 비판하는 글을 올렸다.

이 학생은 글을 통해 "수업은 거의 안하시고 계속 `여자들은 성형을 해야 한다', `리모델링을 해라' 이런 식으로 수업과 전혀 관련 없는, 그리고 매우 언짢은 얘기들을 듣고 있자니 화가 났다"고 말했다.

최근 수년간 해당 교수의 수업을 들었던 다른 학생들의 댓글도 잇따랐다.

한 학생은 "`여대 학생들은 수업 시작 전에 항상 살포시 음료수 한 캔씩 갖다 놓는데 우리과에서는 한번도 그러는 걸 못 봤다'며 `애교가 없다', `정이 안간다'는 등 여자애들 타박해대는 교수"라고 표현했다.

또다른 학생은 "`여자애들은 대학원 갈 생각하지 말고 결혼이나 하라'면서 `졸업한 선배들은 자기 얘기에 공감 백배 했다'는 말도 했다"고 전했다.

이번 학기에 이 명예교수의 전공 수업을 듣는 한 2학년생은 연합뉴스 기자에게 "수업 시간에 `여자들은 졸업하면 바로 결혼해야 한다' 이런 말을 해서 솔직히 기분이 나빴다"고 말했다.

이 명예교수는 최근 자신의 외양을 발전시키기 위한 내용의 보고서를 전공 수업을 듣는 학생들에게 제출하도록 해 원성을 사기도 했다.

한 학생은 "교수가 외부 강의를 나간 한 여대에서 전공과목 시험 문제로 외모에 관한 문제와 여자가 결혼하고 사회 생활을 하는데 연애가 왜 중요한지를 쓰라는 문제가 나왔다며 황당해하는 연락이 오기도 했다"고 전했다.

최근에는 서울대 총장실로 한 학부모가 전화해 해당 명예교수에 대한 징계를 요구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의 명예교수는 작년 서울대에서 정년퇴임한 뒤 현재 모 사립대 석좌 교수로 재직하면서 여러 대학에 출강하고 있다.

김명환 교무처장은 "이미 정년퇴임을 한 교수이기 때문에 학교 차원에서 징계를 할 수는 없다"며 "대신 단과대 측에 해당 교수에 대한 조치를 취해달라고 요청했다"고 말했다.

이공계 전공과목 시간에 화장 등 여성의 외모에 관한 얘기를 한데 대해 해당 명예교수는 "전공의 특성을 고려한 것이며 10년 넘게 똑같은 파워포인트 자료를 수업에 사용했다"고 해명했다.

자신이 맡은 전공과목의 첫 주제가 특정한 과학적 현상에 관한 것인데 전공분야의 특성을 고려하면 화장이나 피부에 대한 얘기를 함께 하더라도 이상할 것이 없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그는 "그렇지 않아도 학장실과 총장실에 연락이 왔었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공부만 하지 말고 인생을 전반적으로 생각하라는 의미에서 얘기를 많이 해 주는데 내 덕분에 취업하게 됐다며 고맙다고 찾아오는 학생들도 있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장하나 정아란 기자 hanajjang@yna.co.kraira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