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적을 감안하지 않고 신입생을 선발한다면 과연 공정하게 뽑았는지 어떻게 알 수 있죠?"

최근 한 학부모는 입학사정관제에 대해 이같이 우려를 표했다. 입학사정관제의 공정성을 어떻게 믿을 수 있느냐는 것이다. 한 고등학교 진학담당 교사는 "중학생 학부형들도 불안해 하고 있다"며 "충분한 준비 없이 입학사정관제가 도입되면 많은 문제가 생길 것"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런 불안감은 상당히 일리가 있다. 대학들이 앞다퉈 입학사정관제를 도입하면서 졸속이라는 냄새가 여기저기서 풍기기 때문이다. 대학들이 지난해 입학사정관제로 뽑은 신입생 수는 4401명이다. 올해는 1만명을 넘을 전망이다. 한 사립대 입학처 관계자는 "원래 60명 정도만 입학사정관제로 뽑으려 했지만 다른 대학들이 수백명 수준으로 뽑는다는 얘기를 듣고 급히 1200명 선으로 늘렸다"고 털어놨다.

뿐만 아니다. 무늬만 입학사정관제인 대학도 등장했다. 연세대는 1차 전형에서 지원자중 내신성적이 뛰어난 학생을 2배수로 추려낸 뒤 2차 전형에서 서류를 검토하는 전형방식을 선보였다.

대학들이 입학사정관제 전형을 확대하는 것은 좋다. 문제는 입학사정관 숫자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작년 입학사정관제 전형의 경쟁률을 고려할 때 지원자는 수만명 이상에 달할 전망이다. 하지만 이를 감당해야 하는 입학사정관 수는 전체적으로 218명에 불과하다. 아무래도 무리가 갈 수밖에 없다.

더욱이 이들의 자질에도 우려가 제기된다. 한 고교 교사는 "입학사정관 중 상당수는 고등학교 현장경험이 없는 사람들"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다 보니 공정성에 대한 우려도 꾸준히 지적된다. 한 사립대 교수는 "잘못하면 입학사정관제가 편법으로 학생을 입학시키는 도구로 전락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줄세우기를 하지 않겠다는 입학사정관제의 취지는 좋다. 하지만 졸속으로 이뤄지는 입학사정관제는 성적으로 환산하기 힘든 인재를 뽑는 것이 아니라 무작위로 인재를 뽑는 것이 될 가능성이 크다. 우리보다 먼저 입학사정관제를 도입한 미국에서도 초기 입학사정관제가 유대인의 대학진학을 막기 위해 악용됐었다는 전례를 교과부와 대학 등 교육 관계자들은 명심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