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의 정 · 관계 로비 의혹을 수사 중인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이인규 검사장)는 23일 박정규 전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과 장인태 전 행정자치부 2차관을 체포했다.

박 전 수석은 2004~2005년 참여정부 민정수석비서관으로 재직하던 시절 박 회장으로부터 억대의 금품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장 전 차관은 2004년 6월 경남도지사 재보궐선거에 열린우리당 후보로 출마할 당시 박 회장으로부터 불법 선거자금 수억원을 건네받은 혐의가 적용됐다. 장 전 차관은 검찰 조사에서 금품수수 혐의를 일부 인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박 회장으로부터 1억여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이광재 민주당 의원에 대해서도 24일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할 예정이다. 이 의원은 정대근 전 농협중앙회장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 1000만원을 수수한 혐의도 받고 있다.

'세무조사 무마' 청탁과 함께 박 회장으로부터 2억여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는 추부길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은 이날 오후 법원의 영장실질심사를 거쳐 구속됐다. 추 전 비서관은 박 회장의 돈을 받은 사실을 인정했으며 영장실질심사 출석을 포기했다.

검찰은 이와함께 이종찬 전 청와대 민정수석에게 제기된 박 회장 구명 로비 및 동생의 금전거래 의혹에 대해서도 사실관계를 확인할 방침이다.

검찰은 장씨에게 박 회장의 돈을 전달한 인물도 함께 체포해 조사 중이며 노무현 대통령의 형 건평씨가 연루된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수사가 이처럼 탄력을 받으면서 여러 정치인에게 박 회장을 소개한 것으로 거론되고 있는 김혁규 전 경남지사와 불법 정치자금 수수 의혹을 받고 있는 현역 국회의원 2~3명의 소환도 임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박 회장으로부터 골프나 식사접대 등을 받은 전 · 현직 검찰간부가 5~6명인 것으로 전해져 이들에 대한 조사도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수사에서는 박 회장의 여비서와 박 회장 본인이 작성한 다이어리가 중요한 수사 단서가 되고 있다.

박 회장이 홍콩 현지법인(APC)에서 차명으로 배당받은 685억원의 행방 역시 이번 수사의 뇌관으로 떠오르고 있다. 지금까지는 이 자금이 대부분 해외에서 사용된 것으로 알려졌으나 대검 중수부 수사팀은 최근 APC 자금 중 일부가 박 회장의 위장회사로 의심되는 아파트 건설시행사 DNS를 통해 국내로 유입된 정황을 포착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또 APC 자금 중 250만달러가 정대근 전 농협 회장의 친척 명의 홍콩계좌로 건네진 사실을 확인,태광실업의 휴켐스 헐값인수 대가 명목인지도 보고 있다. APC 자금 중 50억원이 미국에 있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지인이 관리한 계좌로 송금됐다는 의혹도 제기된 상태다.

김정은 기자 like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