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년 2명 살해된 `아프간피랍' 이후 첫 테러 사망

예멘에서 발생한 자살폭탄 테러가 한국인을 겨냥했다는 정황이 드러나면서 외국에서의 한국인 테러 악몽이 되살아나고 있다.

지난 15일 예멘 시밤에서 한국인 관광객 4명의 목숨을 앗아간 폭탄 테러는 애초 불특정 다수를 겨냥한 사고였을 가능성이 제기됐지만 수습활동을 하던 정부 신속대응팀과 유가족이 탄 차량이 18일 또다시 공격을 받으면서 이번 사고가 한국인을 겨냥했을 것이라는 우려가 점점 높아지고 있는 것.
정부 당국자도 17일 "한국인을 특정한 공격이라기보다 알-카에다와 예멘 정부 사이의 갈등을 해소하는 입장에서 외국인을 공격한 것 같다"며 한국인을 겨냥했을 가능성을 낮게 봤지만 이날 테러로 그런 `기대'는 점점 희박해지고 있다.

정부는 일단 경위를 파악해야 정확한 사실을 알 수 있을 것이라며 신중을 기하고 있지만 정황상 한국인을 노린 테러범의 소행일 가능성이 커 바짝 긴장하고 있다.

한동안 잠잠하던 해외에서의 한국인 겨냥 테러가 다시금 극성을 부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가장 최근에 발생한 한국인 사망 테러는 2007년 7월의 아프간 피랍사건.
당시 아프간에 자원봉사를 떠났던 모 교회 소속 신도 23명은 탈레반 무장세력에 의해 납치됐다.

탈레반은 인질들을 살해하겠다고 협박하면서 당시 아프간 치안유지를 위해 파병해 있던 한국군 철수를 요구했고 2명이 차례로 살해됐다.

당시 탈레반 납치세력은 시한을 제시하면서 자신들의 요구가 관철되지 않으면 인질들을 차례로 살해하겠다고 협박해 우리 정부는 '정부는 테러세력과는 협상하지 않는다'는 국제 관례까지 깨고 인질범들과 피말리는 협상을 해야 했고 온 국민이 안타까운 심정으로 이를 지켜봐야만 했다.

정부는 국가정보원의 협상 전문가까지 투입하는 등 목숨을 건 협상을 진행한 끝에 아프간 철군을 약속하고서야 나머지 인질은 피랍 42일만에 석방됐다.

이보다 3년 앞선 2004년 5월 이라크에서 발생한 김선일씨 참수 사건은 외국에서의 우리 국민 테러에 대한 온 국민의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는 계기가 됐다.

무역업체 직원이었던 김씨는 바그다드에서 팔루자로 트럭으로 이동하다 무장단체인 `알 타우히드 왈 지하드'(유일신과 성전)에 납치됐고 납치단체는 이라크 북부 아르빌에 파병된 한국군의 철수를 요구하면서 살해 협박을 가해왔다.

한미동맹에 근거해 어렵사리 파병을 결정했던 우리 정부로서는 이를 수용할 수가 없었고 결국 피랍 22일만인 6월22일 팔루자 인근 도로에서 참수당한 김씨의 싸늘한 시체가 발견됐다.

이 사건을 계기로 해외 체류 한국인에 대한 정부의 무한 책임론과 매년 수백만명이 넘는 해외관광객에 대한 정부의 보호에는 한계가 있다는 견해가 부닥치면서 사회적으로 큰 논란을 야기하기도 했다.

바로 전해인 2003년 11월에는 오무전기 직원들이 이라크 티크리트 고속도로에서 차량 이동 중 피격돼 2명이 사망하는 사건도 발생했다.

비록 사망사건은 아니지만 2006년 3월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취재 중이던 방송사 특파원이 무장단체인 PFLF(팔레스타인 해방전선)으로 추정되는 무장세력에 납치됐다 하루 만에 석방되는 등 중동지역에서의 한국인 피랍사건은 적지 않았다.

또 2006년 6월에는 원양어선 동원호가 소말리아 인근 해역에서 조업하다 무장세력에 납치된지 4개월만에 석방되는 등 해적에 의한 선박 피랍사건도 느는 추세다.

(서울연합뉴스) 이상헌 기자 honeyb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