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4일은 대한치주과학회(회장 박준봉 경희대 치대 교수)가 올해 처음으로 제정한 '잇몸의 날'이다. '이 사이(잇몸)를 사이좋게(건강하게) 하자'는 뜻을 담아 치주질환 전문 치과의사들이 방치하기 쉬운 잇몸질환의 예방과 정기관리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나선 것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2008년 진료비 통계지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치은염 및 치주병으로 치과를 찾은 국민은 672만9656명에 달하고 이들이 1440만721건의 진료를 받았다. 아파서 자주 병의원(치과 포함)을 찾는 질병 순위로는 1위인 급성기관지염과 2위인 급성편도염에 이어 3위이지만 1,2위가 감기와 관련된 질환임을 고려하면 한국인이 가장 흔하게 앓는 만성질환 중 하나가 잇몸질환임을 알 수 있다. 학회 김도영 보험이사(김앤전치과원장),류인철 서울대치과병원 치주과 교수의 도움말로 치주병의 예방과 치료에 대해 알아본다.


◆치주염은 세균감염질환이자 전신질환이다=구강내에는 200~300종의 세균이 살고 있고 이 중 잇몸 염증을 일으키는 세균은 8가지 정도다. 세균은 구강관리상태가 좋지 않거나 면역력이 저하되면 잇몸을 공격하기 시작해 치아와 잇몸(치은)이 만나는 부위에 염증(치은염)을 일으킨다. 치아와 잇몸 사이의 틈(치은열구)은 깊이가 1.8~3㎜범위일 때 정상으로 간주할 수 있지만 잇몸이 세균을 공격을 받아 4㎜ 이상으로 깊어지면 치주낭이 된다. 이 때 치조골의 일부가 파괴되면서 이가 들뜨고 약간 흔들리며 고름이 잡히기 시작한다.

치태(플라크)는 치아표면에 생긴 세균의 집락(集落)으로 염증의 근원이다. 이 것이 제거되지 않고 계속 남아있으면 점차 딱딱해져 치석이 된다. 치석 자체가 잇몸 염증을 유발하진 않지만 풍치 유발세균의 저장고 역할을 하고 치주병을 악화시키는 단초가 되므로 구강이 건강하더라도 40대를 넘으면 1년에 두 번 정도,치주 상태가 중등도 이상으로 악화된 경우라면 1년에 네 번 정도 스케일링을 받는 것이 권장된다. 치은염 상태에서는 스케일링만으로도 좋아질 수 있지만 치조골과 인대 등이 상하기 시작하는 치주염으로 진행되면 치료해도 원래의 건강한 상태로 되돌릴 수 없으므로 조기 치료만이 최선이다.

치주병은 구강뿐 아니라 전신건강도 위협한다. 구강세균이 잇몸 속의 혈관으로 침투해 온몸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면 심혈관계 질환이나 폐질환을 일으킬 수 있다. 세균 자체가 혈관 내 지방성 동맥경화반(플라크)에 붙어서 혈전을 형성하기도 하고 치주병에 의한 염증이 플라크 침착을 증가시켜 동맥경화를 유발하기도 한다. 중등도 이상의 치주병을 가진 환자는 당뇨병에 걸릴 위험이 정상인에 비해 2배 이상 높다. 역으로 당뇨병이 있으면 잇몸혈관이 좋지 않은 데다 세균에 대한 면역력이 취약해 치주병이 발생할 위험이 높다.

임신 중에는 에스트로겐과 프로게스테론 등의 호르몬이 증가해 잇몸이 구강세균에 과민하게 반응,잇몸에 고름 출혈 발적 등이 나타날 수 있는데 치주병이 있는 산모는 그렇지 않은 산모에 비해 조산이나 저체중아를 낳을 확률이 1.77배나 높다.

◆치주병이 없어도 1년에 한두 번 스케일링을 하라=치주병을 예방하려면 3 · 3 · 3원칙에 따라 하루에 세 번,식후 3분 이내에,3분 이상 이를 닦는 게 중요하다. 특히 취침 중에는 침 분비량이 줄어 구강 내 세균이 빠르게 증식하므로 취침 전에는 양치질을 빼먹어선 안 된다. 치아 사이 및 치아와 잇몸 사이를 충분히 닦아야 한다. 음식물 찌꺼기가 제거되지 않으면 치주병으로 발전할 위험이 매우 높다. 가장 먼저 아랫니 안쪽을 닦고 이어 윗니 안쪽과 치아 바깥 면,씹는 면을 순차적으로 닦는다. 양치질 후반에 안쪽 면을 닦으면 치태를 효과적으로 제거하기 어렵다.

양치질로 잘 닦이지 않는 부위는 치실과 치간칫솔을 사용하는 게 좋다. 치실은 칫솔질 후 5~6회 정도 사용하면 좋다. 이미 치주병이 진행돼 치아 사이에 큰 공간이 있을 경우에는 적절한 크기의 치간칫솔을 선택해 사용한다. 혀 표면을 닦아주는 혀 클리너는 구취를 유발하는 잔존물을 제거하는 데 효과적이다. 양치질만으로는 치태나 치석을 제거하는 데 한계가 있으므로 치주병이 진행된 정도에 따라 3~6개월 간격으로 스케일링을 받는다.

잇몸이 좋지 않다면 금연과 금주는 필수다. 술과 담배는 면역력을 떨어뜨리고 염증을 악화시킨다. 특히 흡연자는 비흡연자에 비해 치주염에 걸릴 확률이 평균 4배 정도 높다. 치조골재생 소염 항균 혈액순환 작용이 있는 잇몸약(동국제약 인사돌 등)은 양치질과 스케일링 등으로 치아를 잘 관리하면서 복용하면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정종호 기자 rumb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