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연 문건'에 성상납 강요 등의 내용이 들어 있는 것으로 드러나면서 작성자와 작성 경위, 유출 경로 등에 대한 경찰 수사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동안 여배우와 관련된 연예계의 추문이 여러 차례 불거졌지만 정작 수사를 통해 성상납 등 의혹의 실체가 속 시원하게 규명되지는 못했기 때문이다.

◇문건 작성자 규명이 우선 = 장자연 자살 사건을 수사 중인 경기도 분당경찰서는 확보한 '장자연 문건'을 장 씨가 작성한 것이 맞는지를 규명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15일 경찰 조사를 받은 유족들은 "12일 전 매니저 유모 씨에게 건네받은 문건을 불 태웠는데 필체가 장 씨의 것과 똑같지는 않아도 비슷해 보였다"고 다소 애매하게 말했다.

장 씨가 작성한 것으로 확인된다면 경찰은 문건에 담긴 성접대와 술자리 강요 등에 대한 내용의 사실 여부와 문건이 조작됐는지를 밝혀내야 한다.

경찰은 문건의 최초 입수자가 전 매니저 유 씨로 알려진 만큼 이 문서가 조작된 것이라면 사문서 위조죄로 유 씨를 처벌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문건이 강요에 의해 장 씨가 작성한 것으로 밝혀지는 경우에도 문서 작성을 강요한 사람은 처벌을 피할 수 없다.

형법 324조는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의 권리행사를 방해하거나 의무없는 일을 하게 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반면 장 씨가 작성한 문건이고 조작도 없었던 것으로 확인되더라도 문건에 언급된 성접대 등을 강요한 사람들에 대한 처벌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문건 내용의 사실 관계를 숨진 장 씨로부터 확인할 수 없는 데다 문건에 언급된 사람들 역시 혐의를 부인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문건 누가 작성했고 유출했나 = 장자연 문서에는 주민등록번호가 적혀있고 지장과 함께 법률문서에 쓰이는 간인(서류의 종잇장 사이에 걸쳐서 찍는 도장)까지 찍혀 있는 점으로 미뤄 공적인 용도로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연예계에서는 이 문건이 장자연이 소속사 이적이나 소속사와의 소송 등을 위해 준비한 서류일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경찰도 16일 브리핑을 통해 장 씨 휴대전화에서 모종의 '갈등관계'를 나타내는 녹음을 찾아냈다고 밝혀 소속사 이적 과정에서 장 씨가 희생됐을 수도 있다는 관측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그러나 장 씨로부터 문건을 건네받았다는 전 매니저 유 씨는 언론에 공개된 문건을 자신이 유출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경찰은 문건을 유출한 것이 확인돼야 유출자를 고인에 대한 명예훼손죄로 처벌할 수 있기 때문에 유 씨와 주변 인물들을 상대로 문건 유출경로를 집중적으로 캐고 있다.

◇떠도는 다른 문건은 없나 = 경찰은 유 씨에게 건네받아 불태운 문건과 언론에 공개된 문건이 일부 형식에서 달랐다는 유족들의 진술에 따라 유족이 불태운 것과 다른 문건의 존재 가능성에 대해 조사 중이다.

경찰은 소각된 문건이 진본인지를 확인하기 위해 문건을 소각한 재를 수거, 잉크 성분과 인주 성분이 남아 있는지에 대한 정밀 감식을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의뢰했다.

경찰 관계자는 "감식 결과 잉크 성분 등이 나온다면 유 씨가 유족에게 건넨 문건이자 유 씨가 장 씨에게서 건네받은 문건의 원본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말했다.

경찰은 그러나 다른 문건의 존재가 확인되고 유출자가 드러날 경우 고인에 대한 명예훼손죄를 적용해 유출자를 처벌한다는 방침이다.

(성남연합뉴스) 이우성 기자 gaonnuri@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