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취업대전의 막이 올랐다. 올해 경기는 대공황 이후 최악으로 여겨질 정도로 어렵다. 취업 준비생은 그 어느 때보다도 어려운 관문을 뚫어야 할 것 같다. 그렇다고 희망의 끈을 놓을 수는 없다.

삼성 LG 등 대기업들은 비록 작년 수준보다는 적지만 잡 셰어링을 통해 당초 계획보다 채용 규모를 늘리고 있다.

임직원 임금을 깎아 인턴 채용을 늘리는 기업도 증가하고,실무 경험을 쌓으려는 취업 대기자들도 많다. 치밀하게 준비한다면 나만의 취업 기회는 분명히 있다는 얘기다.

작년 하반기 포스코 마케팅부문에 입사한 오상원씨(28)는 준비를 통해 취업에 성공한 케이스다. 지방 국립대 경영학과를 나온 오씨는 대학 입학 직후부터 대기업 해외 영업맨을 목표로 일찌감치 취업 준비를 시작했다.

무역영어1급 국제무역사 등 자격증도 취득했다. 4학년 1학기 때 무역협회 주관 '청년무역 인력 양성사업'이란 인턴 프로그램에 참가했다.

오씨는 인턴 프로그램을 통해 국내 2개월,대형 조선업체 미국 시카고 법인에서 6개월간 무역 관련 실무를 경험했다. 그는 "해외 인턴 경험은 포스코 입사 시험 때 그룹 토론과 영어 인터뷰 등에서 큰 도움을 줬다"고 말했다.

올초 미래에셋증권 리서치센터 애널리스트로 입사한 김서희씨(27)도 철저한 준비형이다. 김씨는 군복무 후 복학해 대학 3학년 때부터 애널리스트 준비를 시작했다.

학교 도서관에서 재무관리 투자론 등을 공부하면서 증권사 리포트를 매일 탐독했다. 궁금한 게 생기면 증권사 리서치센터장과 애널리스트에게 메일을 보냈다.

김씨는 "나중에는 친해진 몇몇 선배 애널리스트들로부터 '톰슨' 'FN가이드' 등 리서치 자료 습득 사이트,증권사 리포트 작성 요령 등에 대한 조언도 받았다"며 "이런 조언은 애널리스트 인턴과 정규직 취업에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인성도 취업에서는 빼놓을 수 없는 무기다. 작년 하반기 국내 최대 자동차 부품회사인 현대모비스에 입사한 김지태씨(28).지방 사립대 출신인 그는 평균 학점 B에 토익점수 700점대로 이른바 평범한 '스펙'이지만 150 대 1의 경쟁률을 뚫었다.

김씨는 "자기소개서를 통해 남들보다 적극적이고 주변 사람들과 조화롭게 어울리는 품성을 부각시킨 점이 주효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자기소개서에 대학시절 사회봉사단체 2개와 '경상도와 전라도 교류의 모임' 등 4개 소모임 활동,작년 여름 대구에서 거제도까지 왕복 500㎞를 텐트 하나 짊어지고 여행했던 일,학교에서 진행하는 연구 프로젝트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던 일 등을 기술했다.

김씨는 "서류전형 합격 후 면접관들이 자기소개서에 적힌 내용에 대해 집중적으로 질문했다"며 "생각을 당당하고 논리적으로 답변해 최종 합격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끝없는 도전은 성공을 가져온다. 올 1월 LG디스플레이 연구원으로 입사한 이우철씨(30)는 세 번 도전 끝에 성공했다.

정보통신공학을 전공한 이씨는 졸업을 앞둔 2005년 하반기와 2006년 상반기 LG디스플레이 공채에 지원했지만 모두 떨어졌다. 600점대 초반에 불과했던 토익점수도 문제였지만 면접관의 전공 관련 질문을 제대로 답변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실패 후 몇 달간 공기업 취직 시험을 준비하던 그는 맘을 고쳐 먹고 2006년 9월 성균관대 전기전자컴퓨터공학 대학원에 진학했다.

대학원에서 TFT(박막트랜지스터) 분야를 집중적으로 공부하고 토익점수도 700점대 후반으로 높인 결과 작년 말 세 번째 지원에서 입사의 기쁨을 얻었다.

이씨는 "면접 과정에서 '전공 분야를 회사에 어떻게 응용할 것이냐'는 질문을 받고 대학원 때 했던 실험 등에 기반해 논리적으로 답변한 게 좋은 결과를 얻었다"고 말했다.

그는 "현실 회피 수단이 아니라 부족한 실력을 채우겠다는 확실한 목표만 있다면 대학원 진학도 대안이 될 수 있다"며 "후배들에게 중도에 취업을 포기하지 말고 끝까지 도전하기를 권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상열 기자 mustaf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