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트데이는 좋아하는 이성에게 선물과 함께 마음을 전할 좋은 기회지만 자칫하면 불상사가 벌어지기도 하다.

13일 각급 법원에 따르면 화이트데이나 밸런타인데이를 전후로 다툼이나 사건ㆍ사고가 끊이지 않았다.

법원은 이 과정에서 일어난 권리 충돌이나 불법 행위를 법에 따라 처리하지만, 판결로 치유하기 어려운 마음의 상처나 불명예가 남기도 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 "선물이 중요한 게 아니다" = 2002년 화이트데이를 앞두고 김모 씨는 여자친구에게 줄 선물을 사고 싶었지만 `얇은 지갑' 때문에 여의치 않았다.

그는 고심 끝에 서울의 한 주택에 창문을 넘어 침입, 현금과 돼지저금통 등 147만 원 상당의 금품을 손에 넣었으나 범행이 발각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절도 혐의로 기소됐다.

그는 피해액을 갚고 반성문을 제출하는 등 선처를 호소했지만, 항소심에서 결국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회사원 송모 씨는 2003년 3월 30대 후반의 나이에도 용기를 내 A(여)씨의 집까지 찾아가 화이트데이 선물로 사탕을 건넸다.

그러나 A씨는 이를 거절했고 이에 마음이 상한 송씨는 집안에 있던 물건을 집어던졌으며 이후에도 몇 차례 말다툼하다 그녀를 폭행한 혐의 등으로 기소돼 대전지법에서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 사랑은 `OK', 조바심은 `NO' = 성당을 다니다 알게 된 이모 씨와 결혼한 B(여)씨는 자녀가 어느 정도 자라자 어려운 가정 형편에 보탬이 되려고 직장생활을 시작했다.

그녀는 사회성이 좋고 성격이 활달한 탓에 귀가가 늦어지는 일이 잦았고 이 때문에 남편과 자주 갈등을 빚었으며 이에 이씨는 주먹을 휘두르기도 했다.

그러던 중 남편은 B씨가 화이트데이에 다른 남성에게서 받은 사탕을 문제 삼아 이혼을 요구했고 이들은 법원까지 갔다 가까스로 이혼을 피했지만, 이씨의 폭력이 계속됐고 결국 이혼 소송 끝에 부부는 파경을 맞았다.

2006년 2월 장모 씨의 여자친구 이모 씨는 밸런타인데이를 기념해 초콜릿을 선물하려고 장씨의 집으로 찾아갔다.

공교롭게도 장씨는 이때 집앞에서 다른 여성과 통화를 하고 있었고 이 광경을 보고 화가 난 이씨는 그냥 돌아가려 했다.

이에 이씨를 뒤쫓아간 장씨는 오히려 자제력을 잃고 그녀를 마구 때렸고 이후에도 폭력을 휘두르다 상해 혐의 등으로 기소돼 법원에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이 밖에 2002년 울산에서는 40대 여성이 자신의 집을 방문했다 "아내에게 화이트데이 선물을 주러 가야 한다"며 귀가하려는 내연남과 말다툼 끝에 흉기를 휘둘러 집행유예를 선고받기도 했다.

◇ "화이트데이 기념으로"…유혹에 숨은 덫 = 30대 여성인 C씨는 2005년 3월 초 서울 이태원 소재 한 클럽에서 정모 씨를 만났다.

그는 자신이 미국 예일대를 나온 재미교포이고 부친이 미국에서 호텔을 운영하고 있다며 화려한 배경을 내세워 접근, 아버지가 귀국하면 결혼하자고 제안했다.

정씨의 말을 믿은 C씨는 `화이트데이에 여행을 가자'는 권유에 따라 함께 일본에 가는 등 연인 관계를 유지했으며 신용카드를 빌려줘 1천만 원가량을 사용하게 했지만 이후 그의 말이 거짓이었음이 드러났다.

법원은 정씨가 저지른 유사한 범죄를 병합 심리해 사기와 혼인빙자간음죄 등을 적용해 징역 2년6개월을 선고했지만, 피해자 가슴에는 씻기 어려운 상처가 남았다.

수원에 사는 조모(34) 씨는 채팅으로 알게 된 D양에게 2004년 3월13일 전화해 "내일이 화이트데이니 사탕을 주고 싶다"고 유인, 이리저리 데리고 다녔다.

그는 자정을 넘긴 뒤 D양에게 `이제 집에 갈 수 없다'고 겁을 주고 성폭행했다가 기소돼 결국 징역 2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 초콜릿 선물도 선거법 위반 = 2006년 2월14일 지방의 한 자치단체장 부인은 지자체장 선거를 앞두고 직장협의회 참석자 11명에게 4천 원짜리 초콜릿을 돌렸다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됐다.

그는 "밸런타인데이에 초콜릿을 선물한 것은 의례적인 행위로 사회상규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남편의 치적에 대해 언급하고 지방선거와 관련 여론조사 결과를 이야기한 점 등을 고려할 때 선거법 위반이 인정된다며 벌금형을 선고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세원 기자 sewonl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