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기업의 효시는 무담보 소액신용대출로 유명한 방글라데시의 그라민은행이다. 이 은행은 치타공대학 경제학과 교수였던 무하마드 유누스가 빈곤퇴치를 위해 1983년 설립했다.

유누스 총재는 빈곤층과 취약계층이 혼자의 힘으로 일하고 돈도 벌 수 있는 방법을 가르친 세계 최초의 사회적 기업가다. 그는 1973년 고리대금업자에게 돈을 빌려 대나무 의자를 만들어 팔지만 비싼 이자 때문에 수익을 못 내는 42명의 여성들에게 모두 27달러를 무담보로 빌려주고 이 자금을 종자돈으로 삼아 스스로 사업을 벌이도록 만들었다.

이는 마이크로 크레디트(무담보 소액대출)운동의 시초가 됐으며 1983년 그라민은행의 설립으로 이어졌다. 지금까지 이 은행에서 무담보 대출을 받은 극빈자는 600만명을 넘고 대출금 회수율은 100%에 육박할 정도로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사회적 기업이 활성화된 미국과 유럽에서도 저소득자 등 형편이 어려운 이웃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며 나눔경영을 펼치는 사회적 기업이 가파르게 늘고 있다.

미국의 '파이어니어 휴먼 서비시즈(Pioneer Human Services)'는 취약계층 1만1000여명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거나 직업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이 회사는 미국 항공업체인 보잉사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고 있다. 보잉사는 1966년부터 이 회사와 장기 계약을 하고 보잉사 부품 생산에 필요한 시설장비,원자재,기술 등을 지원해 주고 이곳에서 생산된 제품을 사들이고 있다. 파이어니어 휴먼 서비시즈는 정밀 금속판 제작 · 절단 등의 부문에서 국제품질관리인증(ISO9002)을 받았을 정도로 기술력도 인정받고 있다.

유럽도 사회적 기업의 선진국으로 꼽힌다. 유럽에서 사회적 기업이 만들어낸 일자리는 2007년 현재 900만여개에 이른다. 모범적으로 운영되는 곳으로 꼽히는 영국의 '그린웍스(Green Works)'는 가구 재활용 사회적 기업이다. 2000년 설립된 뒤 150여명이 이 회사에서 일자리를 찾았다. 공공기관 5000여 곳에 가구를 공급해 연간 250만파운드를 절약하고 폐기물 재활용 등으로 온실가스 감축에도 앞장서고 있다.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명예회장이 세운 '빌&멜린다재단'은 오늘날 세계에서 가장 큰 사회적 기업지원 단체다. 이 재단엔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을 비롯 스콜재단,리먼브러더스재단,화이자재단 등 22개 재단과 다수의 개인 기부자가 수백달러에서 수백만달러까지 모두 1억300만달러를 기부,나눔경영에 동참하고 있다.

'빌&멜린다재단'은 2001년 사회적 기업 중 하나인 '원 월드 헬스(One World Health)'를 설립,저개발국 풍토병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이 기업은 일반 제약회사들이 수익성이 낮아 만들지 않는 약을 개발해 후진국에 저렴하게 공급하고 있다.

빌 게이츠는 "자본주의를 한 단계 발전시키려면 빈곤한 사람들도 함께 껴안을 수 있는 사회적 기업이 활발히 움직이는 시장체제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사회적 기업 만들기 운동에 세계적인 기업가들의 동참이 이어지고 있다. 제프 스콜은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회사인 이베이를 창업해 20억달러의 수익을 올려 미국 갑부가 된 사회적 기업가다. 그는 1999년 2억5000만달러를 투자,스콜재단을 설립해 평화롭고 지속 가능한 지구를 만들기 위해 전 세계에서 활동하고 있는 사회적 기업가를 지원하고 있다.

버진그룹의 리처드 브랜슨 회장도 세계적인 사회적 기업가로 명성이 높다. 그는 항공(버진 에어라인) 여행 금융 호텔업 등 다양한 사업으로 전 세계에 2만5000여개의 일자리를 창출했고 에이즈와 말라리아 치료를 위한 클리닉을 설립했다.

그는 또 혈액암이나 백혈병 어린이 환자들을 위해 영국의 제대혈 줄기세포를 보관할 수 있는 비영리 혈액은행인 버진 헬스뱅크를 만들기도 했다.

윤기설 노동전문기자 upyk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