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이 무너지고 있다. 붕괴 징후는 크게 두 가지다. 우선 산하 단위 노조의 이탈이 가속화하고 있다. 인천지하철노조의 탈퇴 시도에 이어 기아차노조 등 자동차노조가 민노총의 최대 산별조직인 금속노조에 반기를 들고 나섰다. 여기에 노조 간부의 성폭행 사건에다 도박 연루 사건까지 겹쳐 도덕성 추락 현상도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기아차 노조원 200여명으로 이뤄진 '기아차노조사수대책위'는 12일 "기아차노조를 해체하고 민노총 산하 금속노조 지역지부로 편입하는 것에 반대하기 위한 조합원 총회를 개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민노총 조합비 납부 거부운동도 벌이고 있다. 현대차 지부 노조원들도 금속노조 지역지부 편입에 대한 반발 기류가 강한 것으로 알려져 민노총의 산별체제 강화 움직임에 급제동이 걸리고 있다.

현대 · 기아차, GM대우 쌍용차 등 완성차 4사의 노조위원장과 정갑득 금속노조 위원장은 금속노조의 중앙교섭 문제와 기아차 지부의 조합비 납부 거부운동 문제 등을 논의하기 위해 13일 오후 6시 충북 청원군 금강휴게소에서 긴급 회동을 가질 예정이다. 이 자리에서 원만한 합의를 보지 못할 경우 금속노조의 균열이 현실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현대 · 기아차지부는 금속노조 전체 조합원 14만5000명의 절반이 넘는 조합원을 거느린 민노총의 핵심 사업장이다. 따라서 이들의 반발 움직임은 금속노조는 물론 민노총에 큰 타격을 가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앞서 인천지하철노조는 지난 10일 민노총 탈퇴를 위한 조합원 찬반투표를 벌여 비록 가결되지 않았지만 63.4%라는 높은 지지를 얻었다. 민노총으로선 단위 노조 이탈에다 내부 균열이란 이중고를 안게 된 셈이다.

설상가상으로 민노총의 도덕성도 갈수록 흔들리고 있다. 현대차지부 소속의 아산공장 위원회(의장 김영상) 집행부는 이날 일부 노조 간부의 올해 초 도박 사건과 관련해 총사퇴를 선언했다. 이 회사 노조 간부 10여명은 지난 1월19일 울산에서 열린 대의원대회가 끝난 뒤 도박을 벌인 것으로 확인됐다. 현대차 노조 간부의 도박 사건은 민노총 핵심 간부가 동료 여성 조합원을 성폭행한 사건과 겹쳐 과연 간부들이 제대로 된 도덕성을 갖고 있느냐는 의구심을 낳고 있다.

민노총은 이처럼 급속히 붕괴 조짐을 보이자 이날 서울 영등포구 회의실에서 혁신대토론회를 가졌다. 그렇지만 진지하고 제대로 된 진단이나 자성의 목소리는 찾기 어려워 '그들만의 대토론회'라는 비난을 받았다.

윤기설 노동전문/강현우 기자 upyk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