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핑 인프라.항공노선 확대 절실

'엔고 특수'로 일본인 관광객들이 한국으로 밀려들고 있는 가운데 제주를 찾는 일본인 관광객은 소폭 증가하는 데 그쳐 쇼핑 인프라 구축 등의 유인책 마련이 요구되고 있다.

10일 한국관광공사와 제주관광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을 방문한 일본인 관광객은 237만8천102명으로 2007년 223만5천963명에 비해 6.4%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엔화가 강세를 보이기 시작한 9월 이후 전년 동기와 대비한 일본인 관광객의 증가율은 9월 4.8%, 10월 3.2%, 11월 13.3%, 12월 51.7%를 보였으며, 지난 1월 방문객은 23만7천816명으로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55.3%나 늘었다.

반면 지난해 연간 제주를 찾은 일본인 관광객은 17만7천459명으로 전년도 18만3천240명에 비해 3.2% 감소했다.

더욱이 지난해 9월에는 전년도 같은 기간에 비해 15.5% 줄어든 데 이어 11월까지 계속해서 감소세를 보이다 12월에야 겨우 1.5% 상승했다가 올해 1월에는 일본인 방문객이 1만547명으로 다시 전년 동기보다 1% 감소했다.

다행히 2월 한달간은 제주를 찾은 일본인 관광객이 전년도에 비해 16.5% 증가했지만 한국을 방문하는 전체 일본인 관광객 증가세를 전혀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처럼 제주관광이 '엔고 특수'에 따른 수혜를 입지 못하는 것은 쇼핑과 문화, 엔터테인먼트 분야 인프라가 부족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지난해와 올해 한국을 방문한 일본인 관광객 가운데 여성 관광객은 94.2% 증가했으며, 여성 관광객 중에는 20대가 87.2% 증가해 젊은 여성층이 엔고 특수를 주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이들 젊은 여성층의 일본인 관광객은 '볼거리와 단거리, 짧은 일정'의 관광을 선호하며, 서울과 부산 등 대도시권의 백화점과 면세점, 쇼핑상가를 주로 찾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제주에는 일본의 젊은 여성층을 공략할 수 있는 백화점은 전무한 데다 전문 쇼핑시설이라고는 고작해야 제주시와 공항, 여객선터미널에서 외국인 전용 면세점 2개소와 국내선 이용객들을 위한 내국인면세점이 운영되고 있을 뿐이다.

엔터테인먼트 분야에서는 몇몇 영화 촬영지가 홍보되고 있는 것이 전부이고 문화적으로도 아직까지 일본인들을 끌어들일 만한 매력을 충분히 발산하지 못하고 있다는 평이다.

지난해 제주를 방문한 일본인 관광객의 60% 가량이 51세 이상이라는 점은 쇼핑과는 거리가 먼 이 같은 제주의 현실을 잘 보여주고 있다는 평가다.

더군다나 제주∼일본 정기 직항공편이 2007년 1분기에만 해도 4개 노선에 주 25회 왕복운항됐지만 최근에는 3개 노선에 주 17회 운항하는 데 그치고 있어 엔고 특수를 누리기에는 역부족이라는 분석이다.

일본 전문 여행사인 이제이투어 김봉현 사장은 "가장 중요한 것은 항공노선 확대돼 접근성을 좋게 하는 것"이라며 "장기적으로는 쇼핑아울렛 등의 대형 쇼핑상가의 조성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제주연합뉴스) 김호천 기자 khc@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