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단체들이 잇따라 추진 중인 대규모 개발사업이 지역 재정을 어렵게 만드는 원인이 되고 있다.

의욕이 앞선 민선 지자체장들이 구체적인 자금조달 계획도 제대로 마련하지 않은 채 무리하게 개발을 진행하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사업이 사실상 중단 상태에 빠졌기 때문이다. 이 여파로 해당 지자체들은 막대한 금융비용 낭비 등으로 인해 재정난을 겪고 있는 실정이다.

9일 관련 기관에 따르면 구체적 계획없이 추진하다 낭패를 본 대표적인 사례는 부산시의 동부산관광단지 사업(363만8310㎡)이다.

부산시는 두 차례나 이 사업에 실패한 뒤 겨우 두바이 알알리그룹(AAG)과 사업 시행자 실시협약을 체결,부지공사를 시작할 예정이었으나 또다시 최근 이 기업이 사업을 포기하는 바람에 부산의 10대 발전 비전 사업 중 핵심인 관광개발 계획이 수포로 돌아갔다.

시의 관광산업 제고라는 공익적 목적에 부응해 살던 땅을 내준 원주민들은 물론 인근 개발을 전제로 투자를 했던 투자자들의 물질적 피해도 상당하다.

부산시 사업을 대행하고 있는 부산도시공사가 이 사업 부지 보상을 위해 내야 할 부채도 총 5679억여원.금융이자만 해도 올해 말까지 570억여원을 지급해야 한다.

강원도와 강원도개발공사가 추진하는 강원도 역사상 최대 사업인 알펜시아 프로젝트도 심각한 상황이다. 2014년 평창올림픽 유치를 위한 필수사업이었지만 유치가 실패로 돌아갔기 때문이다.

이 사업은 2004년부터 시작한 사업으로 평창군 대관령면 용산리 일원 4.91㎢에 강원도의 현물 출자 1454억원을 포함,1조4992억원의 사업비를 투자한다.

알펜시아의 위기는 올림픽 유치 실패에다 잦은 설계 변경에 따른 사업비 증가와 분양 저조가 원인이다. 자산 매각이 검토될 정도로 자금 유동성 위기가 심각하다.

강원도개발공사는 종전 발행한 기채 6300억원이 최근 승인받은 803억원을 마지막으로 바닥난 상태로 하루 이자만 9800만원에 이른다.

경북 영주시도 시행사와 시공사의 재무구조와 신뢰도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상태에서 사업을 추진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영주시는 지난해 10월 2000억원이 투입되는 판타시온리조트 사업(33만㎡)을 추진했으나 민자 사업자가 부도를 냈다.

시는 진입로 등에 40억원을 투입하는가 하면 안전관리 비용 예치금 등도 면제하는 등 각종 혜택을 제공했으나 허사로 돌아간 것.공사가 중단된 건설현장은 각종 공사 쓰레기가 난무하는 가운데 폐허로 방치돼 시 재정으로 쓰레기마저 치워야 하는 부담을 안고 있다.

인천시도 구체적인 자금조달 계획을 마련하지 않고 검단신도시건설 사업을 시작했다가 개발자금이 없어 애를 태우고 있다.

검단신도시 공동 시행자인 인천도시개발공사와 한국토지공사는 15조원에 달하는 건설사업비는커녕 당장 코앞에 닥친 검단신도시 1지구 보상자금 3조6000억원 조달도 어려운 상황이다. 인천도공은 궁여지책으로 외자 차입을 검토했지만 시의회가 '무리한 차입'이라며 난색을 표명해 신규 자금 유입이 이뤄지지 못했다.

박광서 전남대 경제학부 교수는 "지자체들이 그동안 방만하게 진행해온 대규모 사업들이 글로벌 금융 경색으로 큰 타격을 받고 있다"며 "실패를 줄이려면 미리 자금조달 계획과 분양성 등을 면밀히 따져 사업을 재검토할 수 있는 프로세스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부산=김태현/인천=김인완/대구=신경원 기자 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