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4개 핵심사업장 노조위원장들은 2시간 넘게 걸린 좌담회가 끝난 뒤 가진 저녁 뒤풀이에서도 민주노총의 운동기조에 비판을 가하며 미래 노동 현장을 걱정했다. 2005년 민주노총으로부터 '제명'처리된 현대중공업노조에 대해 다른 위원장들이 "부럽다"며 "우리도 제발 제명 좀 시켜줬으면 좋겠다"고 말하는 진풍경이 연출됐다.

오종쇄 현대중공업 노조위원장은 민노총 산하 금속노조가 최근 현중노조의 임금교섭안 위임에 대해 악의적으로 왜곡한 내용의 인쇄물을 배포한 데 대해 명예훼손 혐의로 형사고발한 사실을 전하면서 "민노총 탈퇴 전 민노총의 문제를 지적하고 탈퇴 의사를 밝히자 민노총에서 현중노조를 제명시켰다"며 "막상 제명시킨 뒤에는 규모가 큰 대형 사업장이 떨어져 나가 아차 싶었는지 민노총이 사실상 제명제도를 없애버렸다"고 말했다.

이성희 인천지하철노조 위원장이 "제발 우리도 제명 좀 시켜줬으면 좋겠다"고 맞장구 치면서 "인천지하철노조의 민노총 탈퇴 의사가 알려진 이후 전국에서 격려전화가 쇄도했고 '잘했다'며 시루떡을 보낸 분도 있다"고 국민들의 분위기를 전했다.

김홍열 코오롱노조 위원장도 "민노총을 떠나려는 업체들은 불행하게도 간단한 탈퇴 방법인 제명을 당하지 못해 번거로운 절차를 거치고 있다"고 거들었다.

특히 정종수 차관 등 노동부 간부들이 노동운동 혁신가 4인방이 모여있다는 소식을 듣고 뒤풀이 장소에 합석,분위기는 크게 달아올랐다. 노동행정을 책임지는 만큼 노동 현장에 새바람을 일으키며 변화를 이끄는 노조 간부들을 격려차 찾아온 것.이들 4명의 위원장 말 한마디,행동 하나 하나는 전국 사업장의 노사관계에 엄청난 영향을 미칠 정도로 파급효과가 크다.

4대 위원장들은 정부에 대해서도 좀더 현장 친화적인 노동정책을 주문했다. 정연수 원장은 "노동부 공무원들 중에도 노조가 무슨일을 하는지,어떻게 돌아가는지 잘 모른채 정책을 만들고 집행하는 경우가 있다"고 비판했다.

이날 뒤풀이에선 위원장들을 수행했던 노조 실무자들은 "예전에 지역에서 민노총의 홍위병 노릇을 했던 회사들의 상당수가 망했다"는 등의 자성적 발언을 내놓기도 했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