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간담회.."사법행정인지 개입인지 철저한 법률적 판단 필요"

"대법원장, 법원장도 재판에 개입해서는 안돼"


이용훈 대법원장은 6일 신영철 대법관의 `촛불재판 재촉' 이메일 논란과 관련해 "기관장의 사법행정으로 볼지, 재판에 대한 압력으로 볼지는 매우 민감한 문제로 철저한 법률적 판단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 대법원장은 이날 출근하면서 했던 "위헌제청한 사람은 양심에 따라 한 것이고 합헌이라고 생각한 사람은 재판을 해야 한다"는 언급이 이번 파문의 진상조사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자 기자간담회를 열어 이같이 설명했다.

이 대법원장은 "대법원장, 법원장도 재판에 개입해서는 안된다"고 전제한 뒤 "촛불사건이라서 그렇지, 만약 판사가 일반 민사사건을 1년 넘게 재판하지 않고 갖고 있다면 법원장이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게 맞느냐. 재판에 대한 개입인지는 진상조사단이 정밀하게 판단해야 하니 나로서는 판단을 유보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사법행정과 재판 간섭의 경계는 미묘한 문제라며 판결문에 오자가 있을 때 법원장이 고치라고 얘기할 수 있는 것인데 이를 간섭으로 느끼는 것은 곤란하다고 강조했다.

촛불 관련 재판을 재촉하도록 사실상 이 대법원장이 `지시'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그런 의도가 없었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신 대법관은 작년 10월14일 촛불재판 판사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대법원장님께 업무보고하는 자리가 있었다.

위헌제청한 판사의 독립성은 존중돼야 한다.

나머지 사건은 현행법에 의해 통상적으로 진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메시지였다'고 적었다.

이 대법원장은 "업무보고를 받을 때 (야간집회 금지가) 위헌이라고 생각하는 판사는 위헌심판 제청하고 합헌이라고 생각하는 판사는 재판을 진행하는 게 맞다고 원론적인 얘기를 했는데 신 대법관이 어떻게 들었는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야간집회 금지 조항에 대해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한 판사의 의사가 전체 사법부의 의사인 것처럼 표출되면 안 되고 판사 개개인의 의사가 합쳐져서 다수의견으로 집약된 것이 표출돼야 한다는 뜻이라는 것이다.

아울러 "판사들이 메일을 받았다고 해서 그 정도로 압력을 받았다고 느끼고 재판을 곡해하면 사법부 독립이 어떻게 가능하겠느냐. 우리 판사들은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법원장은 신 대법관으로부터 업무보고 받을 당시의 상황을 법원행정처장에게 수차례 충분히 설명했기 때문에 자신을 `진상조사 대상'으로 보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밝혔다.

그는 신 대법관이 보낸 이메일이 언론에 공개된 데 대해 "젊은 법관들의 충정으로 봐야지 어떠한 의도나 계획된 일이라고 말하는 것은 지나치다"라며 "이같은 과정을 겪어서 법원의 독립이 이룩된다면 긍정적 측면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앞서 이 대법원장은 이날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위헌제청을 신청한 상태에서 이메일을 보낸 것은 문제가 있지 않느냐'는 질문에 "위헌제청 신청한 사람은 양심에 따라 한 것이고, 합헌이라고 생각한 사람은 재판을 해야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그것으로 압박을 받는 판사가 있어서야 되겠느냐. 판사들은 더욱 양심에 따라 소신대로 할 동기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연합뉴스) 성혜미 이한승 기자 noano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