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외에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There's no other choice but Korea)."

충청남도와 세계 최대 진공장비 회사인 영국 에드워드사 간의 투자협약 양해각서(MOU) 체결식이 열린 지난 4일 서울 삼성동 인터컨티넨탈호텔.이 회사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90년간 자국에서 가동하던 공장 4개 중 3개를 충남 천안으로 옮기는 이유를 묻자 이렇게 딱 잘라 말했다.

반도체뿐만 아니라 LCD,태양전지 등을 생산하는 데 필수적인 진공펌프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이 회사가 2012년까지 4500만달러를 투자해 국내로 공장을 이전하기로 한 것은 일견 당연한 결정으로 보일 수도 있다. 주된 수요 산업인 반도체와 LCD 시장에서 우리 기업들이 세계 선두를 점하고 있다는 점에서 말이다.

하지만 그 뒤에는 '첩보전'을 방불케 하는 수많은 이들의 땀과 노력이 있었다. 지난해 8월 초 KOTRA로부터 충남도청에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에드워드사가 공장 이전을 기획하고 있는 것 같더라는 내용이었다. KOTRA에서 부사장까지 지내며 '외자 유치의 달인'으로 불렸던 채훈 충남 경제부지사는 곧바로 에드워드사에 사실관계를 문의했다. "중국 대만 한국 중에서 부지를 고르고 있으며 10월까지 결정을 내릴 것"이라는 대답을 들었다.

빠르게 움직이지 않으면 안 된다는 생각에 이 회사에 "일단 만나자"는 통문을 보냈다. 11월 말께 성사된 면담 때엔 일부러 공장도 둘러봤다. 당시 이 회사 이사회는 중국 칭다오에 맘을 두고 있었지만 끈질기게 달라붙었다. "인근에 대학 40여곳이 있으며 교통 여건도 좋다. 도로와 병원 등 관련 인프라 지원도 해주겠다"는 제안을 냈다. 반신반의하던 이사회에서 'OK'를 받은 것은 그로부터 한 달 뒤인 12월23일이었다. 4500만달러 투자를 이끌어내고,200여명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성과는 출발점일 뿐이다. 에드워드는 충남 도내 대학 등과의 산학협동을 통한 기술개발도 약속했다.

요즘 중국 등지로 진출했던 우리 기업들이 높아진 인건비와 환율,현지 정부의 규제를 견디다 못해 다시 한국으로 U턴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많은 지방자치단체들이 이들 기업을 유치하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한국 외에는 선택의 여지가 없도록 만드는' 충남도의 성공사례를 참고할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