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아이 살려달라" 애원..두얼굴 가져

의정부 초등생 남매 피살사건의 범인이 엄마라는 사실이 밝혀져 충격을 주고 있다.

엄마 이모(34) 씨는 경찰에서 "생활고와 우울증 때문에 어린 남매를 살해했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이 씨의 범행과정에는 많은 의문점이 남는다.

조사결과 이 씨는 우울증 때문에 두 차례 병원을 찾아갔지만 검사만 받고 치료약도 복용하지 않는 등 증세가 그리 심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생활고 때문이라는 점도 믿기 어려운 대목이다.

남편은 직장에 다니고 있으며 자신은 개인병원 간호조무사로 일하고 있는 등 월수입이 300만원을 넘어 범행 동기가 생활고라는 진술 역시 석연치 않다.

이들 부부는 채무가 없는데다 이 정도 월수입이면 그리 넉넉하지는 않더라도 생활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범행과정도 충격적이다.

이 씨는 아들, 딸에게 마약성분이 함유된 수면유도제를 주사한 뒤 목을 졸라 살해했다.

이 씨는 범행 후 강도사건으로 위장하기 위해 숨진 남매를 거실로 옮겨 놓고 가구의 서랍을 열어 옷가지를 흐트러 놓은 뒤 평소와 다름없이 서울에서 일하고 있는 남편을 만나 함께 집으로 돌아오는 치밀함을 보였다.

이 씨는 119신고를 받고 구급대원이 출동하자 남매에게 인공호흡을 하며 "내아이를 살려달라"고 울부짖었으며 구급대원에게 시신을 병원으로 옮겨 달라고 부탁해 현장을 훼손하는 등 두얼굴을 하고 있었다.

이 씨는 또 범행 일주일 전에 자신이 근무하는 병원에서 수면유도제를 훔쳐 보관하는 등 사전에 치밀하게 범행을 준비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숨진 남매는 평소 엄마에게 영양제와 예방주사를 맞아 아무 생각없이 엄마의 요구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이 씨는 경찰에서 "생활고와 우울증세를 견디지 못해 범행을 저질렀다"며 "처음에는 함께 죽고 싶었으나 무서운 생각이 들어 밖으로 뛰쳐나갔다"고 진술하는 등 우발적인 범행임을 강조하고 있다.

경찰은 이 씨의 자백과 범행에 사용한 수면유도제 앰플과 주사기 등 증거물을 찾았지만 범행 동기 가 석연치 않아 이 부분에 대한 보강수사를 벌인 뒤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집안에 있던 가족사진이나 가족들의 진술을 들어보면 화목한 가정인 것으로 판단되는데 왜 남매를 죽였는지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고 있다"며 "범행 동기에 초점을 맞춰 수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의정부연합뉴스) 김도윤 나확진 기자 kyo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