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갈이' 인사 3월말 이후로 연기

경찰이 서울 강남지역 경찰관과 유흥업소 업주 사이의 고질적 유착 비리를 근절하기 위해 결정한 대규모 `물갈이성' 전보 인사를 일단 연기키로 했다.

서울경찰청 관계자는 4일 "서울지역 일선 경찰서 서장들에 대한 인사가 조만간 있을 예정이어서 강남지역 경찰관들에 대한 (물갈이성) 인사를 연기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애초 이번 주까지는 결정될 예정이던 강남, 서초, 수서 등 강남지역 3개 경찰서 경위급 이하 경찰관들에 대한 대규모 전보인사는 총경급 인사가 완료된 직후인 3월 말이나 4월 초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경찰 관계자는 "강남지역 서장들이 인사를 코앞에 두고 있어 적극적으로 인사 대상자 명단을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있다"고 배경을 설명하며 "전보조치는 예정대로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전보 대상자 기준에 올라 있는 장기근속 8년 이상의 강남지역 하위직 경찰관들은 자신의 거취를 놓고 촉각을 곤두세우는 한편 일부에선 반발 조짐도 보이는 등 뒤숭숭한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출퇴근 시 인사말로 "살생부(殺生簿) 아직도 안 떴느냐"는 등의 농담 반 진담 반의 말을 주고받는가 하면 "극소수 직원들의 비리 때문에 모든 직원을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하는 것 아니냐"며 이번 방침에 거스르는 움직임도 나오고 있다.

수서서의 한 경찰관은 "죄를 지은 것도 아닌데 한 경찰서에 오래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전보 대상자가 된다는 것이 말이 되느냐"며 "일부에서는 행정소송을 내겠다는 직원도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경찰은 최근 강남서 소속 경찰관들이 안마시술소 업주로부터 정기적으로 금품을 상납받았다는 의혹이 불거진 데 대해 최대 600명에 이르는 강남지역 근무 경찰관들을 비(非) 강남지역으로 보내기로 하고 전보 대상자 선별 작업을 벌여왔다.

(서울연합뉴스) 이준삼 기자 jsl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