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기사 "여러 곳서 낱장 사용"

제과점 여주인 납치 피의자인 정승희(32)씨가 사용한 1만원권 모조지폐 가운데 적어도 5장이 아직 시중에 떠도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 양천경찰서는 정씨에게 `대포폰'을 배달하고 받은 위폐를 시중에 유통시킨 혐의(위조통화 취득후 지정행사)로 택배기사 차모(44)씨를 불구속 입건했다고 3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차씨는 지난달 14일 오후 6시께 대포폰 판매업자 A씨의 의뢰를 받아 정씨에게 대포폰을 건네고 받은 1만원권 위폐 32장 가운데 8장을 사용한 혐의를 받고 있다.

차씨는 이 위폐를 현금자동지급기를 통해 A씨에게 송금하려다가 실패한 뒤 전화로 "모조지폐이니 태우라"는 A씨의 얘기를 듣고 시중에 유통시킨 것으로 조사됐다.

차씨는 지난달 18일 종로의 포장마차에서 어묵을 먹고 위폐 1장을 사용하는 등 같은달 17일부터 사흘간 서초동과 역삼동, 사당동, 신림동 등에서 모두 8장의 위폐를 쓴 것으로 경찰 조사결과 드러났다.

차씨는 경찰에서 "나머지 24장은 지난달 27일 금천구 시흥동 주거지 근처에서 플라스틱 용기에 넣어 태웠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차씨가 사용한 위폐 8장 가운데 종로 포장마차와 혜화동 복권가게, 중랑구 망우동 상점에서 각각 위폐 1장씩이 회수된 점으로 미뤄 최소 5장 이상이 시중에 떠돌아 다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경찰은 차씨가 위폐를 사용한 곳으로 지목한 장소에 수사관들을 보내 사실을 확인 중이다.

정씨는 위폐 추가 사용 여부에 대한 경찰의 추궁을 받고 지난달 14일 영등포구 신길동에서 대포폰을 구입하면서 택배기사에게 30만원 상당의 위폐를 지불했다고 진술한 바 있다.

경찰 관계자는 "정씨가 줬다는 액수와 차씨가 받았다는 액수 간에 차이가 있어 확인하고 있으나 일단 정씨가 잘못 진술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경찰은 강서구 화곡동 한 건물 지하주차장에서 발견된 체어맨 승용차에 대해 정밀감식을 벌인 결과, 제과점 여주인 납치에 사용된 이 승용차가 지난 1월 성북동에서 신모(51)씨를 납치하면서 빼앗은 차량임을 확인했다.

앞서 정씨는 2일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구속영장실질심사)에서 지난해 10월 신정동 납치사건을 포함해 두 건의 추가 납치 범죄 혐의를 시인했다.

(서울연합뉴스) 전성훈 최우정 기자 cielo78@yna.co.krfriendship@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