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전화금융사기(보이스피싱) 범죄를 방지하기 위해 ATM(현금자동입출금기) 주변에서 휴대전화 통화를 차단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23일 "보이스피싱을 사전에 막기 위해 ATM을 조작하면서 동시에 휴대전화로 통화하지 못하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이 ATM 앞에서 전화 사용을 막기로 한 것은 사기단이 주로 판단력이 떨어지는 노인들을 ATM 앞으로 유도해 계좌이체 조작을 직접 유도하는 방식으로 범행을 저지르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최근 지방에서 노인들을 상대로 경찰, 검찰, 금융기관, 우체국 직원 등을 사칭해 "개인정보가 유출됐으니 급히 가까운 현금지급기 앞으로 가라"고 속인 뒤 ATM 앞까지 유도해 이체시키는 수법으로 범행한 사례가 많이 접수되고 있다.

이 때문에 경찰은 ATM 앞에서 휴대전화 통화만 막아도 보이스피싱을 예방하는 데 큰 효과를 거둘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재 일본에선 보이스피싱을 막기 위해 ATM 주변에서 휴대전화 통화를 차단하고 있다.

일본의 ATM에는 휴대전화에서 나오는 전파를 감지해 통화를 막는 별도의 전자기기가 부착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주한 일본대사관에 협조 공문을 보내 일본의 ATM 운영 실태를 파악하고 관계 법령을 검토할 계획이다.

경찰은 휴대전화 통화를 막는 공간을 ATM 앞 2~3m로 제한하면 큰 불편이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찰은 이 시스템을 도입하기 위해 은행들의 협조를 구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경찰은 ATM에서 계좌이체 등의 메뉴를 선택하면 보이스피싱에 대한 주의를 환기하는 음성 메시지와 영상을 노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날이 갈수록 지능화하는 보이스피싱 범죄를 예방하려면 은행과 통신업계의 협력이 필요하다"며 "고객을 범죄로부터 보호해야 한다는 취지에 공감하고 있어 조만간 구체적인 성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윤종석 기자 banan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