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도교육청 "상상할 수 없는 일 벌어져"
"전화 보고했다" 확인 학교 1곳도 없어

학업성취도 평가의 기초학력 미달 학생 수를 허위 보고했던 전북 임실교육청의 통계 자료가 원천적으로 조작된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이와 관련, 전북도 교육청의 책임 있는 간부는 21일 "상상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전북도 교육청과 임실교육청은 이번 사태가 터진 직후 "담당 장학사가 지난 1월 6일 일선 초등학교에 전화를 걸어 성취도 평가 결과를 보고 받은 뒤 이를 취합해 상부에 보고했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21일 연합뉴스가 임실지역 14개 초등학교의 교장이나 담당 교사에게 확인한 결과, 지난 1월 6일에 임실교육청 담당 장학사에게 전화를 통해 성취도 평가 결과를 "보고했다"고 명시적으로 밝힌 학교는 단 1곳도 없었다.

이들 학교 중에 6개 학교는 "(교육청과 통화했는지) 모르겠다"거나 "확인해 보겠다"는 등 애매모호한 답변을 했고, 5개 학교는 "전화통화한 사실이 없다"고 밝혔으며, 나머지 3개 학교는 "전화통화는 있었으나 성취도 평가와는 관계없는 내용이었다"고 대답했다.

◇ 14개 학교 중 5곳 "전화받은 적 없다"
통화한 적이 없었다고 밝힌 A 초등학교 교장은 "이번 사태가 터진 뒤 전 교사를 상대로 임실교육청으로부터 성취도 평가와 관련한 전화를 받거나 기타 방법으로 보고한 적이 있는지를 점검했으나 그런 사실이 전혀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고 잘라 말했다.

또 1월 5-7일 학교에 출근했었다는 B 학교 교감은 "어떠한 경우에도 교육청이나 외부에서 무슨 연락이라도 오면 반드시 교감에게 보고하게 돼 있는데 그 기간에 그와 유사한 어떤 보고도 받은 적이 없다"고 밝혔다.

한편, 애매모호한 답변을 한 6개 학교 가운데 C학교 교장은 "확인해 보지 않아서 잘 모르겠지만 만일 성취도 평가와 같은 중요한 사안을 교육청에서 물어 왔다면 교감이나 나한테 보고를 했을 텐데 그런 보고를 받지 못했다"고 전했고, D학교 평가담당 교사는 "보고한 것 같다"고 대답했다가 재차 확인하자 "방학 중이어서 의사소통에 문제가 있었던 것 같다"고 확답을 피했다.

E 학교 등 나머지 3개교는 "교육청으로부터 전화를 받았으나 성취도 평가와 무관한 '학습 부진아'가 몇명이냐 등을 물어와 답변했을 뿐이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연합뉴스는 담당 장학사와 여러 차례 통화를 시도했으나 전화를 받지 않았다.

◇ 보고 내용 임의 작성, 배제 못 해
해당 초등학교 관계자들의 답변으로 미뤄 임실교육청의 담당 장학사가 각 학교에 성취도 평가 결과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채 보고용 통계를 임의로 작성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이같은 가능성은 전북지역 한 시민단체가 공개한 자료 `임실 초등생 6학년 성취수준별 학생 수'에서도 뒷받침되고 있다.

이 문건을 제시한 `사회공공성.공교육 강화 전북네트워크'는 지난 19일 기자회견에서 "응시생이 61명인 한 초등학교의 경우 다섯 과목 모두 '보통학력 이상'이 55명, '기초학력'이 6명인 것으로 집계됐는데, 이는 확률적으로 도저히 나오기 어려운 조합"이라며 조작 가능성을 강력하게 제기했었다.

이와 관련, 전북도교육청 관계자는 "애초 임실교육청이 일선 학교에 전화로 시험 결과를 물은 뒤 통계를 작성한 것으로 조사됐었는데, 이후 확인해보니 통계 자체가 근본적으로 조작된 것으로 현재까지는 파악되고 있다"며 "상상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 성취도 평가 신뢰도 끝없는 추락
임실교육청이 통계를 날조한 것으로 최종 확인되면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의 신뢰성은 땅에 떨어질 수밖에 없다.

누락이나 허위보고 사례는 전국에서 드러나고 있지만, 통계 자체를 처음부터 조작한 경우는 지금까지 없었다.

임실군 교육청이 작성한 이 통계는 전북도교육청을 거쳐 교육과학기술부로 보고됐으며, 교과부는 직접 관리했던 임실지역의 `표집학교' 1곳의 결과와 이 통계를 합산해 최종 결과로 발표했다.

결국, 교과부가 조작된 임실지역 초등학생의 성적 결과를 국민에게 발표하고 `공교육의 모범 사례'로 치켜세운 셈이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할 말이 없다.

죄송하다"며 "조작 여부를 철저히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주연합뉴스) 백도인 김동철 김계연 기자 doin100@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