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을 영리법인 형태로 운영하도록 허용하는 나라는 비교적 많은 편이다. 미국과 싱가포르,두바이 등이 잘 알려진 사례다.

미국은 영리 대학 비중이 전체 고등교육기관의 23%(2006년 기준)에 이를 정도로 일반화돼 있다. 4년제 대학생 중 11%(2005년 기준)는 영리대학에 다닌다. 미국 영리대학은 대체로 직업교육,기술교육 등에 특화돼 있는 것이 특징이다. 기존 대학이 수년간 전일제로 운영돼 직장인들의 교육 수요를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어 그 '틈새'를 파고든 경우가 대다수이기 때문이다.

◆영리대학은 대부분 직업교육 전문

일례로 1976년 미국에 처음으로 설립된 영리대학인 '피닉스대(UOP)'는 직무와 바로 연계되는 경영(회계 · 행정),보건행정,교정교육,정보시스템,관리학,간호학 등을 주로 개설하고 있다. 일반적인 대학생 연령대(19~24세)가 아니라 직장에 다니다가 추가로 학위를 받기를 원하는 사람이나 집안이 어려워 대학에 제때 진학하지 못한 이들에게 고등교육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목적이다. 수익을 남기는 것을 중시하는 영리대학이기 때문에 자연계 · 이공계 등 실험실습 장비가 많이 필요한 전공과정은 없다. 우리나라의 방송통신대학처럼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병행한 유연한 학습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싱가포르는 미국과 달리 외국 대학을 많이 유치하기 위해 영리대학을 허용했다. 현재 싱가포르에서 영리로 운영되는 4년제 정규 대학은 없지만 1~3년짜리 학위 과정의 고등교육기관(대학 · 센터 등)들이 존재한다. 회계학에 특화돼 있는 FTMS글로벌대학(1986년 설립)의 경우 미국 영리대학들처럼 전문 직업교육에 치중하고 있으며 정부의 규제는 적게 받지만 발생한 이익을 기업에 귀속시키려면 세금을 내야 한다.

◆초 · 중등 과정의 영리학교는 드물어

초 · 중 · 고교 수준에서 영리법인의 학교 운영(영리학교법인)을 허용하고 있는 나라는 드물다. 교육의 공공성과 병행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가장 잘 알려진 영리학교 운영 모델로는 미국과 스웨덴이 꼽힌다. 두 나라는 모두 공교육 혁신을 위해 1980년대 영리학교법인을 처음 허용했다.

미국의 영리학교는 사립학교로서 영리를 추구하는 경우와 공립학교 위탁운영을 담당하는 영리학교 법인(EMO) 2가지 형태로 구분된다. 영리 목적의 사립학교는 밀워키,클리블랜드,컬럼비아지역구 등 일부에서만 운영되며 수업료가 주 수입이지만 주 정부나 지역 정부의 예산 지원도 받는다.

보다 광범위한 형태는 EMO다. 마치 외부 업체에 급식을 위탁하듯 학교 운영 전체를 위탁한 것이다. 미국 전역에서 521개의 공립학교가 영리학교 법인에 의해 운영된다. 이는 전체 공립학교의 0.5%수준이다. 정부 예산에서 일정액을 받아 학교를 운영하고 남는 금액을 가져가거나,총 수입의 일정 부분(7~15%)을 일괄적으로 가져가는 식으로 수익을 남긴다.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를 높일수록 더 많은 인센티브를 받는다는 계약을 체결하기도 한다. 에디슨 스쿨즈 · 내셔널 헤리티지 아카데미 등이 유명하다.

스웨덴은 사회민주주의 전통이 강했지만 1980년대 말 전반적인 '작은 정부' 기조에 따라 교육에서도 분권화 · 자율화를 추진하기 시작했다. 원래는 모든 초 · 중등학교가 공립이었으나 1994년 국가로부터 교육 경비를 지원받되 자유롭게 운영하는 '독립학교'가 생겼다. 독립학교는 영리 운영이 가능하다. 학생에게 수업료를 부과하지 않고 정부 지원으로 운영한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